[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다목적) 모델'에 선정된 5개 정예팀에서 엔씨 AI와
크래프톤(259960)이 핵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상호작용 콘텐츠로 데이터를 대량 확보·연구하는 게임사의 강점이 국민 AI 시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독자 AI 사업에 엔씨 AI와 SK텔레콤 컨소시엄 등 5개 팀이 선정됐습니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했습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선정된 5개 정예팀에서 엔씨 AI와 크래프톤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재 엔씨 AI CTO,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 (사진=각사)
패션·제조 등 실증 마쳐
엔씨 AI 컨소시엄은 카이스트와 NHN 등 14개 산학연, 롯데 등 40개 수요 기업을 포함해 54개 기관이 모였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산업 AI 전환을 위한 확장 가능한 멀티모달 생성용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입니다. 쉽게 말해 다양한 형태의 시청각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기술을 만들 대량 학습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겁니다.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엔씨 AI의 바르코 LLM(거대언어모델)과 바르코 비전 2.0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비전 2.0은 글로벌 동급 SOTA(최신) 멀티모달(다양한 시청각 데이터를 이해하는)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 모델은 이미 패션·게임·스마트시티·제조 현장 등에서 실증을 마쳤습니다.
크래프톤이 참여한 SK텔레콤 컨소시엄은 반도체·모델·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독자 기술 기반 풀스택(모든 단계를 포괄한) AI를 구현하려 합니다. 개발 모델을 국내 AI 생태계의 여러 기업에 오픈소스로 개방해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크래프톤은 컨소시엄에서 차세대 멀티모달 모델의 아키텍처 설계와 학습 알고리즘 연구를 주도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 등 도메인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AI NPC(플레이 불가 캐릭터)와 스토리 엔진 등 게임 콘텐츠에 활용할 API(응용 프로그램 구동 기술) 개발도 추진합니다.
앞서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CPC(공동 플레이 캐릭터)를 탑재해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의 게임 플레이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오락(Orack)도 공개했습니다.
판교 엔씨 R&D 센터와 크래프톤 역삼 사무실. (사진=각사)
기술 융합 콘텐츠 강점 돋보여
게임은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과 영상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콘텐츠입니다. 이는 게임이 첨단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배경이자 AI와 밀접한 이유입니다.
크래프톤은 "실제 게임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전·텍스트·스피치·액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멀티모달 데이터셋 수집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천 기술 확보와 산업 적용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AI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습니다. 2022년 세운 딥러닝 본부는 약 120명 규모로 운영 중입니다. 딥러닝 본부는 이강욱 본부장(위스콘신대 메디슨 전기컴퓨터공학과 조교수)이 이끌고 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나와 UC 버클리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 석박사를 마쳤습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ICLR과 ICML 등 세계 주요 AI 학회에 논문 15편을 게재했습니다.
현재 크래프톤의 AI 누적 투자액은 1000억원이 넘습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핵심 기술 역량 확보와 인재 영입에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엔씨 AI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 AI를 연구하며 게임 밖에서도 역량을 쌓았습니다. 회사의 모태는
엔씨소프트(036570)가 2011년에 세운 사내 AI 조직입니다. 현재 이연수 대표와 김민재 CTO(최고기술책임자)가 170명과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김 CTO는 LG전자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엔씨소프트 AI 테크 센터장을 지냈습니다. 2023년 자사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술을 개발·적용했습니다. 디지털 휴먼을 위한 2D 얼굴 합성 기술과 멀티모달 인지 기술, 바르코 아트 서비스 개발 등을 이끌었습니다.
엔씨 AI 관계자는 "감정형 음성합성 기술과 게임 시나리오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얼굴 모션 애니메이션 처리와 3D 비전 기반 로보틱스 연구 등 오래 쌓아온 기술 영역이 다변화돼 있다"며 "이처럼 내재화된 기술 자산은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로 확장되기 훨씬 전부터 AI라는 영역을 실용 기반으로 끌어올리는 초석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엔씨 AI와 크래프톤은 게임의 장벽을 넘어 첨단 AI 기술을 선도할 계획입니다. 엔씨 AI는 △차세대 바르코 시리즈 고도화와 산업특화 LLM 개발 △멀티모달 AI 기술 고도화 △인재 양성 기관과의 협력 △분야별 현장 맞춤형 AI 실증 확대 등을 단계별로 본격화합니다.
크래프톤은 AI 원천 기술 확보·적용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혁신하고 게임·미디어 업계 전반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방침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