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세 이어가는 이차전지주…증권가는 '신중' 모드

리튬 가격 반등·ESS 성장·미국 관세 '삼박자'
세액공제 폐지 이후 변동성 우려

입력 : 2025-08-11 오후 4:19:5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올 들어 줄곧 부진했던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하반기 들어 반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리튬 광산 생산 중단에 따른 가격 반등 기대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 미국 고율 관세정책에 따른 반사익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강하게 회복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회복세도 증권가에서는 관망하는 모습입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7월~8월11일) 들어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12.61% 상승하며 테마주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도 상승세입니다. 이날 삼성SDI(006400)는 지난 4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일 대비 3.21% 오른 22만5000원에 정규장을 마감했습니다. 삼성SDI가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373220)(2.77%), POSCO홀딩스(3.72%), LG화학(051910)(0.36%), 에코프로비엠(247540)(7.98%), 포스코퓨처엠(003670)(8.31%), 에코프로(086520)(4.781%) 등도 올랐습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0.09%)과 SKC(011790)(-0.30%)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날 상승의 주요 원인은 CATL의 장시성 리튬 광산 생산 중단에 따른 리튬 가격 반등 기대감으로 추측됩니다. 지난 1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중국 장시성에서 운영 중인 리튬 광산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고 내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해당 광산은 전 세계 채굴 리튬 생산량의 3%를 차지하는 규모로, 중국 정부가 리튬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개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반등은 양극재 및 배터리 셀 업체들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2차전지 업황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실제로 리튬 가격 상승기(2020년 8월~2022년 11월)는 K-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및 주가 전성기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하반기부터 급락했던 이차전지주가 최근 반등한 배경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이 지목됩니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흐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려 ESS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사용량만 놓고 보면, ESS가 전기차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정도로 아직 작습니다. 다만 전기차는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사는 제품이라 경기나 소비심리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반면 ESS는 발전소·데이터센터·공장 등 기업과 기관이 주로 구매하는 B2B 시장이라, 계약 단위가 크고 장기적이며 수요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ESS 쪽이 더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반사익도 기대됩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으로 중국산 제품의 진입이 어려워진 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부품을 일정 기준 이상 사용한 것에 ESS 세액공제 등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중국산 ESS 배터리에 적용되는 관세가 기존 41%에서 향후 58.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9월 말로 예고된 미국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9월 말까지의 판매분 확보를 위한 수요가 3분기까지는 발생하겠지만, 이후 가수요에 대한 반동으로 수요 하락이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원은 "결국 대미 관세 (15%)와 관세 가수요 영향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미국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게 불리한 업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진=챗GPT)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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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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