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제약, 또 'R&D 명목' 자금조달…실제 사용처 논란

신사업 연구개발비 확보 명목 271억 규모 CB 발행
지난해도 연구 목적 대규모 유증…정작 판관비로 사용
조속한 알츠하이머 임상3상 개시와 신뢰도 회복 '숙제'

입력 : 2025-08-14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2일 16: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삼성제약(001360)이 지난해 연구개발비 조달을 명분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 다시 같은 명목으로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유증으로 마련한 공모자금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판매비와관리비 지출에 쓰인 것으로 나타나 이번에도 계획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국내 3상 임상 개시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당장 지급수수료 부담이 덮치며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이지만, 조달 자금의 사용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자금조달의 명분이 희석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삼성제약 홈페이지)
 
지난해 유증 공모자금 사용 우선순위 역전…재차 연구개발비 조달 '눈살'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제약은 지난 8일 총 271억원 규모의 32회차 국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사채만기일은 2030년 8월20일이며 표면이자율은 1.0%, 만기이자율은 3.0%다. 공시상 사측이 내건 자금조달 목적은 신사업 연구개발비의 확보다. 구체적으로 올해 156억원, 내년 115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제약은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해 최대주주인 젬백스(082270)앤카엘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 'GV1001'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 적응증 대상으로는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상용화 검토 단계에 있으며, 알츠하이머 적응증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의약품 및 건강식품 사업에서는 연간 500억원 안팎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년째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유지하며 현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회사는 연구개발비 조달을 이어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CB 발행 결정에 앞서 회사는 지난해 2월에도 40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GV1001 알츠하이머 3상 임상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자금 사용 우선순위는 임상시험 연구개발비 327억원 1순위, 임상시험 관련 인건비 31억원이 2순위, 기타 판매관리비 48억원이 3순위로 기재됐다.
 
그러나 GV1001 알츠하이머 3상 임상이 개시 준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금은 거꾸로 3순위 사용 목적에 우선 투입된 것으로 나타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공모자금의 사용내역에 따르면 전체 조달 자금의 72% 가량에 달하는 292억원이 CSO 수수료 및 원부자재 대금 등 기타 판관비로 사용됐다. 임상 관련 항목에 사용된 금액은 '0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한번 연구개발비 확보 목적의 자금 조달이 발생하자 조달 자금이 사측의 공언대로 연구개발비로 온전히 사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급수수료 부담은 일부 해소…관건은 GV1001 임상3상 개시
 
회사 입장에서는 판관비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공모 자금 사용 내역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앞서 삼성제약은 지난 2021년 HLB제약에 향남공장을 420억원에 매각하면서 위탁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사측은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제네릭 약품 제조·생산에서 탈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CSO(판매대행)를 통한 간접 판매영업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원가와 판관비 구조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외주를 통해 생산이 이뤄지면서 매출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했지만, 반대로 판관비 증가세가 이를 상쇄했다. 2021년 456억원이던 매출원가는 2022년 272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판관비 274억원에서 38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급수수료의 증가가 유효했는데, 185억원에서 311억원으로 증가했고, 전체 판관비에서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67.5%에서 80.57%로 커졌다.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 따져봐도 매출원가율은 83.1%에서 52.5%로 줄었지만, 판관비율은 49.9%에서 74.5%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러한 판관비 증가세가 지속됐고, 2023년 41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77.56%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 중 지급수수료는 318억원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회사는 2022년도 사업보고서부터 외주 영업 등에 소요되는 수수료가 발생하면서 판관비 규모가 전기 대비 증가했다고 명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임상 3상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유증 공모자금을 부담이 큰 판관비 대응에 우선적으로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해 유증의 경우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조달한 자금이기도 한 만큼, 자금 조달 사유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사측은 현재 CSO 수수료 정책 재정비를 통해 판관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8% 감소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지급수수료 총액이 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47% 줄어든 점은 고무적이다. 판관비에서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8.49%까지 개선됐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CSO 수수료 정책 조정 및 손익 부진 품목에 대한 품목구조조정 등 CSO 지급 수수료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매출액 대비 전체 평균 수수료율은 2023년 81%에서 지난해 69%까지 감소했다"며 "아울러 자사 특허 품목인 콤비신주와 같은 고수익 품목의 재출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손익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남아 있는 과제는 조속한 임상 개시와 신뢰도 회복이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알츠하이머병 3상 임상시험은 의료공백 상황에서 변경 승인이 났고, 이로 인해 임상 수행을 위한 실질적인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원활한 임상 진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시를 할 경우 고정비용이 불필요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임상 개시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의료공백이 해소된다는 전제 하에 2026년 1분기에 임상 개시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임상 일정이 지연되면서 자금 사용 우선순위의 변동이 있었으나, 향후 임상 재개 시 임상시험이 차질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영업현금흐름 및 단기투자자산의 유동화 등 임상 진행에 우선 투자할 자금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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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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