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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8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업력이 상당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중견 제약사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산업 고도화 흐름 속 경영 전략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부터 승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일 거라는 예측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이 IPO 출사표를 던지게 된 배경과 함께 표면적인 명분부터 그 이면에 숨겨진 이유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최근 중견 제약사들의 기업공개(IPO) 추진 사례가 이어지면서 과거 상당한 업력으로 견조한 매출을 유지하던 중소형 제약사들이 IPO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던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공모 자금을 시설자금, 혹은 연구개발비로 활용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고, 외형 성장에도 성공했다. 다만 공모가 대비 주가가 빠지며 몸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IPO로 집중시킨 시장의 관심을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당면 과제로 꼽힌다.
(사진=뉴시스)
양호한 수요예측 성적표 받아들고 '시설투자' 공언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제약은 1978년 전신인 우천제약으로 설립돼, 1996년 지금의 하나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알리코제약은 1992년 설립됐다. 이들은 지난 2018년 각각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나제약은 40년, 알리코제약은 26년 만에 기업공개에 나선 셈이다.
상장 이전에도 이들은 견조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하나제약의 매출액은 1393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19억원과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알리코제약의 경우 714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89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이었다. 이들은 당시 흥행까진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수요예측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조달 자금을 주로 시설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제약은 수요예측에서 10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2만4500원~2만800원)의 중단인 2만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투자자들의 39.09%가 밴드 최상단을 초과해 신청하고, 24.66%가 2만6000원 초과 2만8000원 이하에 신청한 결과다. 이에 따라 발행총액은 1061억원으로 확정됐다.
하나제약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발행제비용 제외한 순조달금액 1040억원 가운데 76.15%에 달하는 792억원을 생산시설의 확장 및 생산·물류 시스템의 고도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주사제공장 신축에 262억원, 레미마졸람 동결건조라인 증설에 70억원, 신규 정제 및 주사제 생산라인 확충에 60억원, BFS시스템 도입에 200억원, 통합물류시스템 자동화에 200억원을 투입한단 계획이었다.
이 밖에 신약 연구개발센터 확장·이전에 110억원, 연구인력 확충 및 연구개발장비 도입에 39억원, 차입금 상환에 100억원을 투입하겠단 계획을 명시했다.
알리코제약은 수요예측에서 389.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희망 공모가 밴드(1만원~1만3000원) 상단에 가까운 1만2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에 따른 발행총액은 282억원이다.
알리코제약도 상장 공모로 인한 순수입금 약 281억원 중 62.28%에 달하는 175억원을 시설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제2공장 증축에 85억원,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9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밖에 연구개발자금으로 33억원, 기타운영자금 13억원, 60억원을 차입금 상환으로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조달자금으로 외형성장 성공…관심 유지는 실패
하나제약은 2020년 기존 하길공장 부지 내 주사제 신공장 착공에 나서 2022년 완공했다. 신공장에는 마취제 신약 레미마졸람 대량생산을 위한 동결건조 주사제 라인과 플라스틱 앰플 자동화 제조를 위한 BFS(Blow Fill Seal) 시스템이 도입됐다.
신공장 준공 전후 하길공장의 동결건조 및 비멸균 바이알(Vial) 주사제 생산실적은 2020년 73만8425EA에서 2022년 111만3890EA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27만5620EA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에 발맞춰 매출도 증가했다. 2018년 1528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1773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2108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 지난해 2253억원 매출을 시현했다.
알리코제약의 경우 공모자금이 증권신고서에 명시했던 2공장 증축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진 않았다. 2021년도 사업보고서 내 공모자금 사용내역에 따르면 연구시설에 185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기간 회사의 연혁을 살펴보면 2019년 3월 중앙연구소의 판교 이전 개소, 2020년 12월엔 광교로 확장이전 개소가 이뤄졌다.
이 밖에 마케팅수수료로 30억원이 사용됐고, 171억원 가량이 차입금 상환 및 연구개발비 등 기타자금으로 활용됐다. 앞서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60억원의 차입금 상환액을 감안하면 111억원이 연구개발비로 추정된다. 이로써 알리코제약은 공모자금을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우선 사용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모양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외형성장도 놓치지 않았다. 알리코제약의 매출액은 2018년 953억원, 2020년 1248억원, 2024년 1904억으로 집계된다.
다만 미래를 위한 투자와 외형 성장 결과가 무색하게 이들의 주가는 상장 초기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기준 하나제약의 종가는 1만1900원, 시가총액은 2115억원이다. 상장 당일인 2018년 10월2일 당시 종가 3만3150원, 시총 5370억원과 비교하면 몸값이 반토막이 났다. 알리코제약의 경우에도 14일 종가 4490원, 시총 688억원으로 집계된다. 상장일인 2018년 2월12일 당시 종가는 2만3500원, 시총은 2078억원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지속적으로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확보하며 시장의 관심을 유지시키는 것이 상장 이후의 과제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약 및 헬스케어 관련 주식들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면 주가가 흘러내리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통적인 제약사들은 비교적 신약 업사이드가 부족하거나 R&D 기능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회사들은 매출이 꾸준히 나와도 컨텐츠상 시장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