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김성은·김태은 기자] 이재명정부가 띄운 '공공기관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늘 실패로 끝났습니다. 낙하산 인사 알박기와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 관계 부처의 이기주의라는 '삼각 카르텔'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굳은 의지와 함께 종합적 대책이 요구됩니다.
'낙하산 알박기' 되풀이…임기제 '한계'
19일 민주당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45명입니다. 이 중 23명은 윤석열씨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은 4월4일 이후 취임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4월에만 11곳의 기관장이 취임했습니다. 대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5월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국농어촌공사 등 12곳이 새로운 기관장을 맞았습니다. 상임이사 등 공공기관 요직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권 교체 이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규모는 더욱 커집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윤석열과 김건희는 임기 내내 주요 공공기관을 김형석과 같은 낙하산 인사로 점령했다"면서 "윤석열의 알박기를 제거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공기관 개혁의 실패 요인 중 '낙하산 인사 알박기'를 지적한 건데요.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 문제는 효율적인 공공기관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전 정권 낙하산 인사 퇴치를 통한 '공공기관 정상화'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지만, 지난 15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문제적 발언'이 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김 관장은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칭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도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김 관장의 즉시 파면을 요청한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8일 "(독립기념관장이) 임기제인 만큼 현재 김 관장의 자격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이 특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국민적 의견, 여러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귀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습니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장을 강제로 파면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노조·부처 이기주의 '만연'…"실적 아닌 종합 대책 필요"
노조와 부처 이기주의도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과거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단행했던 당시에는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는데요. KTX를 운행하는 코레일의 경우 철도 민영화 무산 이후 SR(SRT 운행)로 분리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철도노조는 KTX와 SR의 통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통폐합을 단행했던 시기에는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각 부처의 반발에 막혀 통폐합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 탓에 결과적으로 정권마다 공공기관 혁신을 외쳤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공기업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은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11개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하고, 77개 자회사 매각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가운데 KT와 KT&G 등을 포함해 8개 공기업이 실제로 민영화됐으며, 자회사 67곳이 매각됐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기업을 재벌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은 부분 민영화에 그쳤습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정부 역시 출범 직후부터 강도 높은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6차례 발표했습니다.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통폐합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말 공공기관 정원은 전년 대비 1만9000명가량 줄었습니다.
하지만 원전 수출과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요 사업을 공기업이 부담하면서 임기 5년간 공공기관 부채 및 공공기관 정규직 인원이 늘어난 바 있습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새 기관이 만들어지면 조직을 강화해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해 방만한 공공기관 운영을 손보려는 정부 의지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기관이 없어질 경우 일자리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실적 위주가 아닌 다양한 문제점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