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태양광 패널 가격 99% 하락의 비밀…'다양한 혁신의 연쇄'

MIT 연구진, "반도체·석유·건설·법률까지 산업혁신이 가격 붕괴 가져와"

입력 : 2025-08-20 오전 9:46:18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여주는 태양광 패널 가격. (사진=Our World in Data)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태양광 패널 가격은 1970년대 이후 99% 이상 떨어졌습니다. 그 덕분에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은 이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MIT 연구진은 이 ‘기적 같은 가격 하락’이 태양광 기술 자체의 개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반도체·금속공학·유리 제조·석유 시추·건축·심지어 법률 제도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흘러들어온 혁신의 결합 덕분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MIT 데이터·시스템·사회연구소(IDSS)의 제시카 트란치크(Jessika Trancik) 교수는 “과학과 공학의 기본적 진보가 서로 얽히며 비용을 낮췄다”라며 “태양광은 여러 산업에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8월 11일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습니다. 
 
81개 혁신의 궤적…‘소프트 테크놀로지’의 잠재력
 
연구팀은 1970년 이후 태양광 시스템 원가에 영향을 준 81개의 혁신을 식별했습니다. 실리콘 웨이퍼 가공에서 반사 방지 유리 코팅, 모듈 설계 변화, 그리고 건축 인허가 절차의 온라인화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었습니다. 
 
특히 패널 자체 가격은 반도체 가공 기술과 금속 가공 혁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예컨대 1980년대 도입된 ‘와이어 쏘잉(wire sawing)’ 기법은 실리콘 손실을 줄이고 생산 속도를 높여, 와트당 5달러의 비용 절감을 가져왔습니다. 반면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균형(BOS, balance-of-system) 비용’은 지방정부와 업계 협회의 제도 개선,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 허가 시스템 같은 ‘비물질적 혁신’이 핵심이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입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괵신 카블락(Goksin Kavlak) 박사는 “하드웨어 혁신이 과거의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화·AI·원격검증 같은 소프트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원가 하락을 ‘정량모델’과 ‘정성분석’으로 동시에 추적
 
이번 연구는 특정 기술의 원가 하락을 ‘정량모델’과 ‘정성분석’으로 동시에 추적했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연구진은 정량적 비용 모델과 PV 시스템 재료, 제조 단계, 배포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친 혁신에 대한 상세한 정성적 분석을 결합했습니다. “우리의 정량적 비용 모델은 정성적 분석을 안내해, 정량적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의 혁신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라고 카블락 박사는 설명합니다. 이전 연구에서 식별된 주요 비용 결정 요인(예: 모듈당 태양전지 수, 배선 효율, 실리콘 웨이퍼 면적)을 기반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요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혁신을 식별하기 위해 문헌을 체계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다음으로, 이들은 이러한 혁신을 그룹화해 패턴을 식별했으며, 재료 개선이나 부품 사전 제작을 통해 제조 및 설치 과정을 간소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클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정량모델’과 ‘정성분석’을 함께 적용하는 방법론을 향후 배터리, 풍력, 수소 같은 다른 재생에너지 기술에도 적용할 계획입니다. 
 
미래 전략: “혁신은 블랙박스가 아니다”
 
존스홉킨스대 매그달레나 클레문(Magdalena Klemun) 교수는 “지금까지 태양광에 일어난 지식 확산은 시작일 뿐”이라며 “로봇 공학, AI 도구, 자동화 설계 시스템이 추가되면 더 큰 비용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MIT 트란치크 교수는 “기술혁신은 겉보기에 블랙박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과거의 궤적을 추적하면 앞으로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분명해진다”고 말했습니다. 
 
태양광 혁신의 상당 부분이 산업 외부에서 유입됐다는 분석은 과학기술 정책이 특정 기술 그 자체를 지원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고, 반도체·소재·AI 등 연관 산업과의 융합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규제와 행정 혁신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태양광 발전 단가를 낮추는 데 있어 인허가 간소화, 온라인 허가 시스템, 표준화된 절차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BOS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러 영역의 행정 혁신이 산업의 경쟁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입니다. 
 
논문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20676
 
챗GPT를 통해 생성한 태양광 패널 가격 혁신 네트워크 다이어그램.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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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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