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경제계는 “산업 전반에 막대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결사반대를 외치는 등 노사가 막판 여론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손배·가압류가 불러온 죽음과 가족의 비극은 노조법 개정으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노조법 개정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이고, 한국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희생된 열사들의 뜻을 이어받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부터 노란봉투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경제계는 노란봉투법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 되면 노사관계 불안을 가중시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 6단체와 업종별 단체들은 전날 국회 본관 앞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들은 국회가 경제계의 우려는 무시한 채 노동계의 요구만을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법안 수정을 호소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기업의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법안”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계의 최소한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와 지방경총 및 업종별 단체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총)
이처럼 노사 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원청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법이 통과되면 하청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사용자도 원청이 될 수 있기에 직접 교섭의 길이 열리고, 파업과 관련 손해배상 청구 범위도 크게 좁아지게 됩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처리 기조는 분명히 하면서 경제계 달래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에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입법 관철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입법 취지 설명과 함께 현장의 우려를 듣고 “법 개정 후 경영계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시적인 현장지원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현장 목소리와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했습니다.
학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원청에 대한 책임 확대는 글로벌 흐름으로 봐서도 해야 하는 일이고 앞으로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하청 관리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며 “없던 정책이 생기는 것이기에 경제계가 반대를 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