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지정학적 불안정과 무기 교체 수요 확대 속에 중동 국가들이 국방비를 크게 늘리면서, K-방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중동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동은 이웃 국가와의 갈등, 내부 반군 위협으로 군 현대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외부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지화 전략과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K-방산은 해당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근 국내 방산업계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에 현지 법인을 구축하거나 설립하고 있습니다.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총괄하는 해외 법인을 신설했습니다. 이 법인은 방산 수출 참여와 현지 협력 기반 확대는 물론,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 제공, 현지화 지원 등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LIG넥스원 역시 사우디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하며 중동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 역시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LIG넥스원은 사우디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담 사업·연구 조직을 운영하고, 맞춤형 솔루션 제안과 현지 특화 연구개발,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LIG넥스원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확장 이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국내 방산업계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은 지역 정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이집트·사우디·이란 등 중동 6개국의 전략 자산 8440기가 노후화돼 교체 시점에 도달했으며, 교체 비용은 약 687억달러(95조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후티·헤즈볼라 등 반군 세력의 위협과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불안정한 정세도 K-방산의 수출 기회를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방위산업 국산화율을 5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 무기 도입을 넘어 생산 기반 구축, 군사기술 자립, 현지 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협력을 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는 현지화 전략과 기술 이전을 핵심 카드로 내세우며 중동 시장에 다양한 기술 모델을 제시할 전망입니다. 현지화에 대한 유연성을 기반으로,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유럽에 이어 방산 수출의 핵심 무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동이 방산 제조업 기반이 약한 만큼, 현지화 전략과 기술 이전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