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주요 방산주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 새 12조원 넘게 줄어들며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린 데다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겹친 영향입니다. 다만 방산 물자의 중장기 수요가 견조한 만큼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해당 기간 풍산은 하락률이 25.8%에 달해 주가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0% 감소한 9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풍산이 밝히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인 1130억원을 17.2% 밑돈 수치입니다. LIG넥스원(-16.56%)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54%), 현대로템(-10.40%)도 모두 떨어졌습니다.
상반기만 해도 시총 증가율 상위권에 포진했던 방산주가 위축된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미·러·우 3자 회담 추진에 나서면서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진 영향입니다. 앞서 미·러 정상회담은 양 정상이 이달 15일(현지시간)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쟁 종식의 첫걸음이 될 전투 행위 중단, 즉 휴전에 대한 합의를 내놓지 못하며 일단 '노딜(합의 없음)'로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난 후 논의가 진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의를 마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며 장소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회담이 열린 뒤 두 대통령에 나를 더한 3자회담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증권가에선 일부 방산주에 대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방산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높아진 주가와 밸류에이션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업체 3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모두 12개월 목표 주가를 하향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종전과 관계없이 방산 물자 수요는 견고할 것"이라며 "러-우 전쟁 휴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이 협상의 카드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제 외교 환경 속 강대국 간 힘의 논리가 강해지고 있어 자국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방산 물자의 가치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며 "일단 휴전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정황상 러시아의 요구가 많이 관철되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일 정부가 공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최종안도 주목됩니다. 국정 운영 계획안에는 조선 방산 등 전략산업이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 산업이 포함됐단 평가가 나옵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정 운영 과제 내 12대 중점 전략 과제에 포함되면서 세제 개편안에서도 강조된 AI반도체, 조선, 방산, K-콘텐츠, 고배당을 최선호로 주목한다"며 "8월 국무회의와 9월 정기국회를 통해 실제 예산 배정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확인하면서 투자 아이디어를 보완해 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