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포스코그룹이 최대 국적 선사인 HMM 인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HMM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 회장 인선도 사실상 마무리되며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산은은 지분 매각을 통한 건전성 확보를, 포스코는 안정적 해운망을 통한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노리면서 이해관계가 맞물린 모습입니다. 그러나 포스코의 공정 경쟁 논란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HMM 본사 부산 이전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박상진 전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지난 9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다고 밝히면서, HMM 민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박 내정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영화가 불가피한 시점으로, 매각에 속도 낼 것”이라고 밝히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악화 우려로 HMM 지분 매각 의지가 높은 상황입니다. 산은은 HMM 지분 36.02%(3억6919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BIS 규정상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초과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됩니다. 9일 종가 기준 HMM 주가는 2만3050원으로, 산은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8조5098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총자본 47조7045억원의 17.84% 수준으로, 규제 선인 15%를 넘어섭니다.
BIS 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위험가중치가 높아질수록 위험자산 규모가 커져 그 비율이 낮아집니다. 현재 산은의 BIS 비율은 13%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13% 밑으로 떨어질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약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실제로 BIS 비율이 0.0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대출 여력이 약 25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산은이 HMM 지분 매각을 통해 BIS 비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매년 3조원 안팎의 원재료 물류비를 지출하는 포스코 입장에서도 HMM 인수가 곧 비용 절감과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철강·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한 포스코가 안정적인 해운망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 측은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2023년 인수설 이후 다시 HMM 인수를 재검토하는 것 자체가 민영화 가능성을 키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인수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화주인 포스코가 HMM을 소유하게 될 경우, 자사 물량에는 낮은 운임을 적용하면서 경쟁사에는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 해운업계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이는 해운시장의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그동안 포스코 화물을 운송해온 다른 선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HMM 본사 부산 이전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정부 기관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지만, 포스코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정부가 이전 문제에 관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정부 지분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HMM 민영화 성사를 위해서는 포스코가 인수를 공식화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해운업계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은행 회장이 내정되면서 지분 매각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포스코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정부와 해운업계의 입장을 얼마나 잘 조율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