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시장 ‘흐림’…대기업 63% “채용 없거나 미정”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 ‘신중’
‘채용 줄일 것’ 전년보다 2배 증가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나타나

입력 : 2025-09-11 오후 1:59:1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이 지난해보다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내수침체 장기화와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현황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응답기업 121개사)으로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2.8%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규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24.8%였고, 미정인 기업은 38.0%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57.5%)보다 5.3%p 상승한 수치입니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전년보다 규모를 줄이겠다’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응답은 37.8%로 동일했습니다. 반면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24.4%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17.6%)보다 20.2%p 증가했고, 채용을 확대하겠다(17.6%)는 기업은 6.8%p 늘었습니다. 한경협은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 비중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고,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도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채용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의 채용 부진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6.2%)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 증대(12.5%),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9.4%) 등 순이었습니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경기 상황에 관계 없이 미래 인재 확보 차원(45.4%),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36.4%), 기존 인력 이탈에 따른 충원(13.2%) 등을 꼽았습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제품(68.7%) 순으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 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2.3%)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4%), 신산업·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2.9%) 순입니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직군으로는 연구개발직(35.9%)이 가장 많이 지목됐습니다. 전문·기술직(22.3%), 생산·현장직(15.9%)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경협은 산업현장에서는 빠른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채용시장에서는 이를 충족할 인력 공급이 부족해 일자리 미스매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 증진을 위한 정책 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8.9%)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고용 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2.3%), 신산업 성장 동력 분야 기업 지원 강화(10.7%) 등 순이었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전통 주력산업은 활력을 잃고 신산업 분야 기업들도 고용을 확대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최근 노조법·상법 개정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각종 규제 완화 및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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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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