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10년 후 보통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한 전환우선주가 있습니다. 발행한 지 벌써 3~6년이 지났는데요. 4년만 더 기다리면 기한을 채우고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현재 주가는 보통주보다 많게는 38% 더 저렴해 지금 같은 가격 차이가 유지될 경우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배당도 나름 쏠쏠해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주로 변신 예정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엔 CJ4우(전환),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 DL이앤씨2우(전환) 등 신형우선주 세 종목이 상장돼 있습니다. 모두 주식 발행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이 예정돼 있는 우선주입니다.
주식시장엔 한화3우B처럼 3종의 신형우선주와 이름은 매우 흡사한 종목들도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발행 당시 배당을 확정 또는 보통주보다 많이 받을 권리를 가진 신형우선주인 것은 맞지만 보통주 전환 조건은 따로 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3종의 신형우선주를 전환우선주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합니다.
또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처럼 이름에 ‘전환’이 표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신형우선주이면서 보통주 전환 권리가 있는지 여부는 종목명으로만 구분할 순 없고 발행 당시 공시를 확인해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위 세 종목은 모두 발행 10년 후에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약속된 주식인데요. 이중 CJ4우(전환)와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는 2019년에 발행해 이미 6년이 경과했거나 도래할 예정입니다. 이에 해당 종목 보유자들은 4년만 더 기다리면 이를 보통주로 바꿔서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발행 후 결산배당을 건너뛴 해가 있을 경우 해당 기간만큼 보통주 전환이 연기됩니다. 우선주 투자 목적 중 하나인 배당금을 챙겨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3종 신형우선주 모두 발행 후 배당 약속을 지키고 있어 보통주 전환이 미뤄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표=뉴스토마토)
보통주와 괴리율↑…갈수록 축소
짧아도 3년6개월은 더 기다려야 보통주로 바꿔 받을 수 있는 종목인데 벌써부터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저가 메리트, 즉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율이 큽니다. 그 차이는 곧 기대수익률이기도 합니다.
신형우선주들은 의결권이 없다는 특성상, 또 보통주 전환까지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 보통주보다 싸게 형성됩니다. 18일 정규장 마감가 기준으로 CJ4우(전환)는 15.04%,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는 22.50%, DL이앤씨2우(전환)는 27.46%만큼 보통주 주가보다 할인돼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뀔 경우 신형우선주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17.70%, 29.03%, 37.86%가 됩니다. 위(보통주)에서 본 할인율과 아래(신형우선주)에서 올려본 기대수익률 값이 다릅니다. 보통주 전환까지 아직 4년이 남았으나 주가가 이 정도 차이를 계속 유지한다면 투자자로선 보통주보다 신형우선주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이 괴리율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보통주 전환이 예고된 주식이므로 전환일이 다가올수록 보통주와 주가 차이가 좁혀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CJ4우(전환)의 경우 발행 당시 보통주와 괴리율은 25%를 넘었는데 지금은 15%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이 차이는 전환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일찌감치 매수해놓고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배당입니다. 세 종목 모두 발행 당시 어떻게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요. 액면가 기준으로 보통주보다 2%를 더 지급한다거나 특정금액을 얹어준다고 돼 있습니다. 존속 기간인 10년 동안 배당이 약속된 것도 장점입니다.
투자자들에겐 배당금보다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이 중요할 텐데요. 현재가에 기준하면 3%대 수익률이 나오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 정도만 눈에 들어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왼쪽부터) 회장과 장녀 서민정, 차녀 서호정씨. (사진=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는 자녀에게…경영권 승계 활용
신형우선주의 또 다른 투자 포인트는 바로 거버넌스입니다. 3종의 신형우선주는 주식배당, 유상증자, 무상증자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발행됐습니다. 탄생 배경은 달라도 보통주 전환이란 운명이 정해진 주식이기에 활용 가치가 생깁니다.
CJ는 2018년 사업 결산을 앞두고 1주당 0.15주의 주식배당을 의결했습니다. 주총에서 이를 승인한 후 이듬해 3월에 발행, 지급한 주식이 CJ4우(전환)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도 189만주의 신형우선주를 받았는데요. 이때 이 회장은 장남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과 장녀 이경후 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에게 92만주씩 증여했습니다. 그로 인해 이선호 실장의 CJ4우(전환) 지분율이 21.78%가 됐는데요. 이 실장은 그 후로도 꾸준히 추가 매수해 신형우선주의 지분율을 29.1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 실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CJ 지분이 3.20%에 그칩니다. 이에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CJ 지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됐습니다. 여기에 이 회장의 지분을 승계받을 경우 상속·증여세 등으로 누수가 발생해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CJ4우(전환) 주식의 존재 가치가 뚜렷해지면서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율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다만 이 실장은 2023년 후로 신형우선주 추가 매수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CJ와 CJ올리브영을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승계 전략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실장은 CJ올리브영 지분도 11.04% 보유 중입니다. CJ(51.15%)와 한국뷰티파이오니어(11.28%)에 이른 3대주주입니다. CJ와 CJ4우(전환) 주가가 많이 올라 신형우선주를 사는 것보다 CJ올리브영 지분을 늘려서 CJ와 합병하는 것이 더 유리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CJ4우(전환)의 가치가 희석된 것은 아닙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경우 2019년 1주당 0.068주 배정 유증으로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를 발행했습니다. 유증 물량을 전부 인수한 서경배 회장이 신형우선주를 상당액 가져갔는데요. 2023년 8월 서 회장이 보유했던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 주식 중 절반이 넘는 172만주(12.77%)가 차녀인 서호정에게로 증여됩니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 7월 서호정씨는 그룹 계열사인 오설록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이는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던 장녀 서민정씨의 장기 휴직과 맞물려 변화를 암시했습니다.
현재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241만주와 신형우선주 14만주를 보유 중입니다. 서호정씨는 보통주 64만주를 갖고 있으나 서 회장에게서 받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3우C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엔 총 237만주가 돼 서민정씨와 차이가 크게 줄어듭니다. 물론 절대 지분율 보유한 서 회장이 누구에게 주식을 물려줄지가 중요하지만 신형우선주 증여로 변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이처럼 신형우선주는 보통주 대비 저렴한 주가, 배당, 거버넌스에서의 역할까지 장점을 두루 갖췄습니다. 여기에 4년이란 시간을 투자할 만한지 고민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