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법인세 역풍)④현대차그룹, 삼각파도에 흔들…전략 재검토 불가피

지난해 순이익 12조2405억원…법인세 비용 30% 증가
이연법인세 부채 1조9564억원으로 세율 인상 시 충격 불가피
미래차 설비투자 14조·R&D 4조5900억원…상쇄 가능성 관심

입력 : 2025-09-2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7: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율을 모든 구간에서 1%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세수 결손이 배경이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한계에 달한 비용 부담에 법인세 인상까지 겹치면 기업 활동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에 더해 국내 법인세율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이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은 주요 그룹사들의 재무 전략과 투자 계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세제 개편의 배경과 더불어, 주요 기업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세 압박에 이어 국내 법인세율 인상까지 겹치며 삼중고에 직면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법인세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연법인세 순부채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향후 과세 충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관세 변수와 대규모 투자 계획에 차질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전략을 고심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현대기아차)
 
관세·세금 동시 압박…위기 몰린 현대차 업황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따른 차별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이어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오르는 국내 변수까지 안으며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별도기준 12조2405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손익계산서상 기록한 법인세 비용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3조433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쌓여 있는 이연법인세 부채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이연법인세 부채는 1조9564억원에 달한다. 이연법인세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순부채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세율이 오르면 그만큼 과세 부담도 늘어나는 식이다. 이연법인세는 기업이 회계상 인식한 이익과 세법상 과세소득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세금으로, 당장은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장래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연법인세 부채가 크다는 것은 결국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특히 세율이 오를 경우 기업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대규모 세금 비용을 인식할 수 있어 재무 관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변동성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확대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았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IRA 개정 논의에 따른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 등 악재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진행된 한미 무역 협상에서도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양국이 25%에서 15%로 낮추는 방향에 합의했음에도 후속 협상이 지연되며 여전히 25%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이미 15% 인하된 세율을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최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당국에서 단기 비자 문제를 놓고 대규모 단속이 이뤄지면서 조지아주에서 예정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되는 등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노리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연이어 발목을 잡고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최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이번 인베스터데이에서 당초 목표 매출, 영업이익률 등 일부 하향 조정이 있었다"면서 "현재는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중요한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이 곳에만 의지하지는 않고 유럽, 중동 등을 통해서도 실적 다각화를 도모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율 인상에 투자 효과 반감…미래 전략 흔들릴까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수소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로봇,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 등에 대한 지분 투자도 지속 중이다. 
 
 
 
이에 따라 2022년 8조4897억원대에 머물던 현대차의 설비투자 비용은 2023년 12조695억원, 지난해에는 14조원까지 확대됐다. 다만 올해 말 예정된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준공을 끝으로 단기적 대규모 투자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개발비용은 2023년 3조9735억원, 지난해 4조5894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25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2.4~2.6%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지출이 세액공제를 통해 세 부담을 줄여주지만 법인세율 자체가 오르면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세율 인상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들은 성장잠재력 둔화와 통상 환경 악화, 내수 침체 장기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일몰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법인세 인상은 세후 이익 축소와 함께 배당 축소, 주주환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거나 비용 효율성이 높은 분야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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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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