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금융감독원 집회에 없는 '3가지'는

국회 본회의 전날 야간집회…빗속에도 1500명 참석

입력 : 2025-09-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신설 방안에 반대하며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하자 금감원 직원들은 로비 집회를 시작으로 국회와 금융사 앞 1인 시위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정문 출입구에는 조직 분리를 반대하는 직원들의 명패 수백 개가 깔려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 했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도 걸려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 약 1500여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간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4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금감원 직원들은 검은 옷에 우비와 형광 조끼를 맞춰 입고 국회 앞 도로로 집결했습니다. 파견 직원들을 제외한 150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반대', '공공기관 지정 반대' 손팻말에 더해 하얀색 응원봉까지 들었습니다. 
 
금감원 집회 현장을 보면 다른 집회나 시위에서 볼 수 있는 요소가 몇 가지 빠져 있습니다. 
 
먼저 기관장이나 정책결정권자의 이름을 걸로 '사퇴하라' '물러나라'는 피켓이나 구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향해서도 독립성 훼손 우려를 잘 살펴달라는 요구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조직 수장인 이찬진 금감원장을 원망할 법도 합니다만 비난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찬진 원장이 정부 방침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클 것입니다. 내부 분열을 드러낼 경우 오히려 조직개편 반대라는 단일 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친여 성향 유튜버가 금감원 직원들을 두고 "불면이면 퇴사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발끈할 법도 한데, 피켓이나 구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 쪼개기'의 부작용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부 피켓에는 '모피아의 봄'이라는 문구가 보이기는 했습니다. 이 마저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료들의 '자리 늘리기' 비판을 담은 것입니다.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으로 개편한 뒤 그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관료들 자리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노조원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서 '모피아의 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통해 경제금융 관료들의 '자리 늘리기'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두 번째는 강성 노조의 연대가 없습니다. 다른 집회·시위에서는 대형 스피커로 투쟁가를 틀어 놓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금감원 집회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상위 노조의 조직적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2022년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에서 탈퇴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의 분위기는 강성 노조의 투쟁 집회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는 금감원이 '감독기관'이라는 특수성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금융질서를 감독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거리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과격한 투쟁 구호를 남발한다면, 스스로 권위에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 여론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다수 집회가 임금과 처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는데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금감원 분리에 따른 인력 이동이나 권한 축소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다만 금감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안팎으로 금융권 평균보다는 낮고, 연봉 인상률은 공무원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고 공무원으로 전환되면 연봉 인상률이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연봉이나 처우가 나빠지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야당이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은 단기간 내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을 포함해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국회 상임위 심사로만 최대 180일이 소요됩니다. 내달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고 가정하면 최소 내년 4월경에야 금융당국 개편이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개편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집회와 시위가 강경해지거나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차분한 논의와 진지한 대화의 물꼬가 트여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를 바랍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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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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