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올해 주춤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LNG 수입 중단 시점을 앞당기고, 일본과 카타르가 잇따라 신규 LNG선 발주 계획을 내놓으면서 발주 흐름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25일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시점을 당초 2028년 1월1일에서 2027년 1월1일로 앞당기는 내용을 제19차 대러 제재안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 무역에 관여한 선박 118척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러시아산 LNG 수입이 차단될 경우 유럽은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조달해야 합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 걸프만에서 LNG를 들여온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운반선은 약 6~7척으로 추산되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전량 미국산 LNG로 대체할 경우 추가로 13~14척이 요구됩니다. 이 같은 단계적 금수 조치로 인해 EU 지역에서 발생할 LNG 운반선 신조 수요는 총 20척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 선사 미쓰이 OSK 라인즈(MOL)도 2035년까지 LNG 운반선 선대를 150척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현재 107척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40척 이상의 신조 발주가 뒤따를 전망입니다. 올해 기준 LNG 운반선 선가가 척당 2억5000만달러(약 3488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발주 규모는 100억달러(약 13조94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LNG 운반선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카타르도 발주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타르 국영 석유·가스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4월, 연간 LNG 생산능력을 기존 1억2800만톤에서 1억4200만톤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설계·조달·시공(EPC) 입찰이 마무리되는 즉시 본격적인 신조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소 200척 규모의 LNG 운반선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LNG 운반선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발주가 최근 부진했지만, 이번 제재와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LNG선 발주량은 9척(78만8267CGT)에 그쳐 전년 동기(63척, 593만2093CGT)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은 이미 국내 조선 3사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입증된 분야”라며 “EU 제재와 일본, 카타르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