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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K-푸드 열풍이
오뚜기(007310)를 피해가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 실적은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이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해 미국 공장 증설 준비와 영업·마케팅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 투자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OTOKI AMERICA HOLDINGS INC) 매출은 지난 2023년 동기간 매출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사진=오뚜기)
한류 열풍에도 실적은 '제자리걸음'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매출액은 526억원을 기록하며 429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2.61% 늘었지만, 528억원을 기록한 2023년 상반기 수준을 회복하는데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는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지난 2019년 해당 법인의 사명을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로 변경하고 북미 내 7개 계열사를 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카레, 프리믹스, 양념, 소스, 3분 제품, 참기름, 라면 등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 법인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 2023년 연간 매출 1044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858억원으로 17.82%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124억원에서 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21억원에 그치면서 지난 2023년 동기(62억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는 최근 오뚜기가 미국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비용이 투입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출범하고 공장 용지 확보를 완료했다. 공장 위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라면 뿐만 아니라 소스, 간편식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 공장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케이-푸드 플러스(K-Food+) 수출액(잠정)은 지난해보다 7.1% 증가한 66.7억달러를 달성했다. K-Food+는 신선·가공식품과 스마트팜·농기자재·동물약품 등 농산업을 합산한 지표다.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권역은 북미(24.3%), 유럽연합(EU+영국, 23.9%), 걸프협력회의(GCC, 17.8%), 독립국가연합(CIS+몽골, 9.0%) 순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라면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인 24%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7.32억달러다. 라면은 매운맛에 대한 글로벌 인기와 함께 매운 크림라면 등 신제품이 해외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로 성장률이 높았던 부문은 소스류다. 소스류는 전년 동기 대비 18.4% 신장된 2.28억달러를 기록했다. 한식에 대한 인지도 확산과 매운맛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고추장, 쌈장, 매운맛 소스, 불고기 소스 등 수출이 늘었다.
'핵심 제품' 보유로 갈라지는 성장성
특히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삼양식품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은 27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26억원) 대비 56.72% 성장했다. CJ제일제당 역시 3조7354억원에서 3조8542억원으로 매출이 3.18% 늘었다.
하지만 오뚜기와 농심의 미국 법인은 부진을 겪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상반기 3088억원에 이르던 매출액이 올해 반기 304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관세 영향으로 북미 간 수출이 축소된 영향이다. 농심의 미국향 매출은 지난 2022년 5613억원에서 2023년 6198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이후 지난해 6206억원으로 성장이 둔화됐다.
오뚜기는 2021년 661억원, 2022년 922억원, 2023년 1044억원으로 성장해 왔으나, 지난해 858억원으로 급감했다. 경쟁사인 농심보다도 빠르게 성장이 꺾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업체 간 차이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상품(킬러 아이템) 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만두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는 점유율 4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닭볶음면이 조명을 받으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이에 농심도 넷플릭스와 협업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도 해외 시장에서 기업 브랜드 'OTOKI'와 진라면의 제품 브랜드 '진(Jin)'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의 글로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진과 함께한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 영상을 지난 3월 공개한 이후 진의 얼굴을 컵과 용기 제품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미국·캐나다·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뚜기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영문 상호도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키도 했다. 이를 통해 발음을 통일화하고 해외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글로벌 매출 증대를 주요 과제로 삼고,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신규 시장 개척과 생산 공장 설립,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오뚜기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