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개미마을’…강북권 랜드마크로 재탄생한다

서대문구, 개미마을·유진상가·인왕시장 등 통합 정비 본격화
이성헌 구청장, 원주민 이주 최소화 목표로 ‘공존형 개발’ 추진
유진상가 재개발 1년9개월 만에 공공시행자로…홍제천 복원 병행

입력 : 2025-10-16 오후 3:18: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개미마을이 강북권 최대 랜드마크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가 개미마을을 포함한 문화타운 정비사업과 함께 ‘유진상가’, ‘인왕시장’ 일대를 통합 개발해 홍제천 복원과 대규모 복합시설 조성에 나섭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14일 개미마을과 유진상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 내 총 56곳 정비사업지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고 추진이 어려웠던 개미마을과 유진상가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며 “명품 도시로의 변신을 위해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미마을'에서 정비사업을 설명하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사진=서대문구청)
 
서대문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달동네’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입니다. 민선 8기 출범 당시인 2022년 38곳이던 정비사업지는 올해 10월 기준 56곳으로 늘었을 정도로 관내 노후 지역이 많습니다. 현재 서대문구가 집중하는 정비사업은 ‘개미마을 일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사업’과 서울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입니다. 
 
개미마을은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무허가주택 밀집 지역으로,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1998년 서울시의 토지 불하 조치로 일부 주택이 개인 소유로 전환됐지만, 실질적인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구청장은 “이곳은 ‘개미처럼 성실히 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마을”이라며 “주민 애착이 강한 지역인 만큼, 원주민이 떠나지 않는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대로변 지역은 종상향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인왕산 자락은 6층 이하 저층 프랑스형 테라스 주택으로 개발됩니다. 개미마을이 포함된 문화타운 일대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조건부 선정된 뒤, 올해 9월29일 서울시 선정위원회(소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습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14일 유진상가 내 서대문구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청)
 
이 구청장은 “이 지역은 비정형 구조와 무허가 건물이 많아 행정적 조율이 필요하지만,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기존 주민과의 공존과 상생이 가능한 정비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개미마을을 포함한 문화타운 일대와 함께 서대문구의 또 다른 핵심 정비사업인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인왕시장과 유진상가 일대를 아우르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입니다. 이 지역은 지난 20여년간 주민 조합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정비사업이 추진됐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1970년 준공된 유진상가는 서울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총 91세대 가운데 서대문구와 서울시가 각각 1세대를 보유하고 나머지 89세대에 주민이 거주 중입니다. 유진상가는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에 있어 재개발 추진에 난관이 많았습니다. 
 
이 구청장은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협의 끝에 2023년 11월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며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7월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을 확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6조에 따른 공공시행자 지정 요건을 충족해 전국 최초로 구청장(서대문구청장)이 재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 준공돼 올해로 55년이 된 유진상가. 유진상가 내부에 위치한 중앙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그는 “통상 재개발사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 이상 걸리지만, 유진상가는 대상지 선정 이후 공공시행자 지정까지 불과 1년 9개월 만에 완료됐다”며 “행정 역량을 집중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로 합의해, 행정적 안정성과 추진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제역 역세권 활성화사업’이 완성되면 유진상가와 인왕시장이 철거되고, 지하에 묻혀 있던 홍제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됩니다. 그 자리에 49층 2개동과 31층 2개동 등 총 1121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와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구청장은 “홍제역 일대를 서울 서북권 핵심 랜드마크로 키울 것”이라며 “연말 SH와의 공동 시행 관련 시의회 심의가 마무리되면 재원 마련 등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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