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보증보험 '묵시적 갱신' 급증…"보증금 못 받는 세입자 늘었다"

보증 이행 거절, 4년 새 9배↑…2023년부터 묵시적 갱신 사유 가장 많아
집주인 연락 두절, 계약 해지 의사 '통지' 난항…세입자 행정 부담 가중
정준호 의원 "특수한 경우 보증 사고로 인정하는 방안 필요"

입력 : 2025-10-22 오후 5:33:14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고도 사고 발생 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묵시적 계약 갱신으로 판단해 보증금 반환을 거절한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차인의 의지와 달리 임대인의 연락 두절로 계약이 자동 연장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묵시적 갱신과 관련한 임차인 보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22일 정준호 민주당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이행 거절 건수는 최근 4년간 매년 증가했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는 묵시적 갱신이 가장 많은 이행 거절 사유로 확인됐습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임대차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 별다른 합의가 없을 경우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사할 계획이 없는 임차인에게는 편리하지만, 계약 종료를 원해도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이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증 이행 거절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29건, 2022년 66건, 2023년 128건, 2024년 249건으로 매년 늘었습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178건이 집계됐습니다. 보증금 규모 역시 2021년 69억원에서 2022년 118억원, 2023년 249억원, 2024년 437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4년 새 건수 기준으로 약 9배, 금액은 약 6배 늘었습니다. 묵시적 갱신 사유는 2021년 1건(3억원), 2022년 5건(2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3년 57건(111억원), 2024년 150건(260억원), 올해 9월 99건(16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른 이행 거절 사유는 지난해 기준 △대항력 상실이 47건(77억원) △사기·허위가 43건(80억원) △보증 효력 미발생이 5건(7억원) △타금융기관 담보제공이 4건(12억원)입니다. 
 
계약 해지 의사 '통지' 여부가 묵시적 갱신으로  
 
HUG는 임대차 계약 만료 2개월 내 해지 의사를 통지 못 하면 묵시적 갱신으로 판단합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지' 부분입니다. 임차인이 계약 종료 2개월 전부터 전화나 문자로 해지 의사를 전했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통지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현재 HUG는 보증 이행 청구 시 임대인의 문자메시지·카카오톡 수신 내역이나 도달 내역이 있는 내용증명 등을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임대인이 연락 두절되면 결과적으로 보증 이행이 거절될 수 있는 겁니다. 
 
HUG 관계자는 "민법상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돼야 통지된 것으로 본다"며 "임대인과 직접 연락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제도를 통해 해지 의사를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임차인이 제때 계약 해지 의사를 통지하지 않아 묵시적 갱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임차인에게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일까지 카카오(035720) 알림톡을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보증 이행 청구 시 고객 준비 서류 안내. (이미지=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보험, 임차인 보호 위한 제도 개선 미비 
 
그러나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묵시적 갱신이 되면 기존 보험 효력이 끝나고 임차인은 HUG 심사를 거쳐 재가입해야 하는데요. HUG가 재가입을 거절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 이후 재가입이 거절돼 HUG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HUG가 약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김재윤 법무법인 J&K 대표변호사는 "HUG 약관에는 임대차 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보험이 종료돼 새롭게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약관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보증서에도 해당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후 현재까지 HUG가 해당 약관을 개정하지 않아 동일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증 이행 청구 시 임차인 행정 부담 가중 여전 
 
묵시적 갱신을 피해 보증 이행을 청구할 때 임차인의 행정 부담도 여전합니다. 특히 임대인이 연락 두절인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행정적인 부담이 가중됩니다. HUG는 우체국을 통한 내용증명 발송, 주민센터에서 초본 발급, 임차권등기, 공시송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안내 외에 행정 지원 서비스도 일부 갖췄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HUG는 지난 2020년 7월 임차권등기명령 대행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서는 신청이 불가하고 HUG 영업부서에서 신청을 받습니다. 또한 대행 신청 시에도 임대인한테 예고하는 절차가 추가돼 사실상 임차인이 직접 진행하는 편이 시간적으로 단축됩니다.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임대인이 연락 두절 상태 등 특수한 경우에는 보증 사고로 인정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3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복합문화센터에 마련된 '찾아가는 전세 피해 지원 상담소'에서 관계자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지평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