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국내 전력기기업체들이 수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전력기기 분야에서 초고압변압기가 주력이던 HD현대일렉트릭이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 사업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북미 인증을 획득한 중저압차단기 4종 제품. (사진=HD현대일렉트릭)
23일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충북 청주시에 배전기기 사업 확대를 위한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청주 신규 배전기기 전용 공장은 연내 완공될 예정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기반의 첨단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중저압차단기 생산량이 기존 대비 2배 높은 약 13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배전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는 향후 글로벌 중저압차단기 시장 확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된 전력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전 단계에서 전력의 안정적인 분배와 공급을 담당하는 장비인 중저압차단기는 전력 과부하 발생 시 전류의 추가 유입을 차단해 설비 보호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압 등급에 따라 가정용부터 산업용까지 폭넓게 활용돼 시장 규모가 큽니다.
또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원활한 전력 관리를 위해 수요는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저압차단기 시장은 지난 지난해 122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4년 292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8,8%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라 HD현대일레트릭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4일 자사의 중저압차단기인 △기중차단기(ACB) △배선용차단기(MCCB) △진공차단기(VCB) △전자개폐기(MC) 4종에 대해 북미 시장의 대표 안전 인증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과 cUL(캐나다 UL)을 획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UL인증 획득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중저압차단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관측입니다. 아울러 현재 북미 시장에서 초고압변압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배전기기 분야에서도 빠른 시장 잠식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그룹의 배전기기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배전 사업 역량 강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20일 회장 승진 이후 처음으로 사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며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 배전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자”고 한 바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