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10월 중순 대법원은 네이버가 시장지배적지위를 이용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자사 홈페이지 쇼핑몰에 입점한 상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266억원과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사업자를 특정 시장에서 혼자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조건을 마음대로 정하거나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업자라고 정의합니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020년 10월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며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는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린 행위에 대해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업자의 상품이 상대적으로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도록 몇 차례에 걸쳐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한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차별행위 △불공정거래 차별행위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0년 시정명령과 2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네이버는 이에 반발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원심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원심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변경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거래 상대방별로 거래조건을 차별한 행위라고 봤습니다. 경쟁 오픈마켓에 입점한 개개의 입점 사업자를 거래 상대방으로 봐, 자사 오픈마켓에 입점한 상품을 노출 순위에서 우대한 것은 거래 조건을 차별한 행위라는 겁니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변경 행위에 경쟁제한의 의도와 목적이 인정되는 점 △네이버가 비교 쇼핑 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지배적지위를 이용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행위는 경쟁제한적 성격이 강한 점 △시장점유율, 거래액, 입점 사업자 수 등에서 경쟁 오픈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여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변경 행위가 거래조건 차별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 남용 행위로서의 차별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부당성이 인정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지배적사업자의 특정 사업자에 대한 차별행위로 인해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차별행위를 했을 때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차별행위가 상품의 가격 상승, 산출량 감소, 혁신 저해, 유력 경쟁 사업자의 감소,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효과가 나타났음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차별행위의 경위 및 동기와 양태, 관련 시장의 특성, 거래 상대방의 불이익 정도, 관련 시장의 가격 및 산출량 변화, 혁신 저해 및 다양성 감소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별행위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는지 판단하고, 차별행위가 경쟁제한을 초래할 구체적인 우려가 인정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행위가 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 또는 다른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제한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변경 행위에도 불구하고 오픈마켓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계속됐던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나 거래액, 입점 사업자 수의 증가가 이 사건 행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성과 경쟁의 산물이거나 관련 시장의 전반적인 확대로 인한 것인지 등을 심리하고, 오픈마켓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네이버에게 경쟁제한의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색 알고리즘의 조정·변경이 검색 결과의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원고의 영업활동인 점 △위 행위가 성과 경쟁을 위한 행위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일련의 검색 알고리즘 개선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 중 일부만을 선별해 경쟁제한적 의도나 목적을 인정하는 것은 원고의 실제 의도나 목적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검색 알고리즘의 조정·변경이 가지는 속성과 그동안 이루어진 검색 알고리즘의 조정·변경 이력에 따라 인정되는 원고의 의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변경이 위계에 의한 고객을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불공정거래 차별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공정위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었다는 점과 경쟁제한의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대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