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심부름·폭언'의 대가는?…법원, '직·내·괴'에 '실형판결'

입력 : 2025-12-19 오후 12:40:2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서울동부지법은 직원을 오랫동안 직원들을 괴롭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전 임원 A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수년간 피해자 B씨에게 욕설과 막말은 물론, 신변을 위협하는 폭언까지 퍼부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준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지난해 공론화됐습니다. KPGA 자체 조사에서도 10여명의 직원이 비슷한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KPGA 측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서둘러 징계하고, 가해자인 A씨에 대한 처분은 수개월간 미루는 등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현재 해고된 피해 직원 3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7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 미디어 노동자와 직장 내 괴롭힘, 오요안나법의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7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전 매니저에게 사적 심부름을 강요하고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앞서 16일 박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현재 제기된 사안이 공식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필요한 사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은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사용자에게 그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는 그에 따른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피해근로자에게 보호조치가 필요하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사용자는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른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행위자 징계 전 피해자의 의견 청취 등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 과정에서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족인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조사, 피해근로자의 보호조지, 행위자의 징계를 하지 않거나 조사과정의 비밀을 누설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피해근로자는 사업장 내에서의 자체적인 해결을 원하지 않으면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주로 사법적 절차에 따르게 됩니다. 폭행이나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한 괴롭힘을 당했다면 수사기관에 가해자를 고소해 형사절차에 따라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고 싶다면 민사소송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최근 법원은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이유로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거나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을 보면,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고 신체에 상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고 폭언으로 인해 피해자가 우울증의 상해를 입은 경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 등이 있습니다.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을 보면, △회사 대표의 배우자가 피해자에게 욕설을 포함한 폭언을 장기간 지속한 사안에서 직장 내 언어적 괴롭힘을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6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 △직장 상사가 피해자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무단으로 피해자의 자리를 옮기면서 컴퓨터 등 주요 비품을 회수해 업무가 불가능하게 하는 등 업무적 괴롭힘을 불법행위로 인정해 500여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직원들이 피해자에게 폭언 및 과다한 업무 부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한 행위에 대해 회사도 사용자로서 함께 200여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괴롭힘 행위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국회는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라면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한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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