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GC
녹십자(006280)가 오는 2030년까지 결핵(BCG) 발생률을 최대 98% 낮추겠다는 정부의 장기 계획에 맞춰 개발한 백신 허가가 무산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나랏돈을 들여 도입한 균주에서 안전성 문제 소지가 발견된 탓입니다. GC녹십자는 생산시설을 유지한 채 정부의 수출 활로 모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6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결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38명으로 215개국 중 111위를 차지했습니다. 10여년 전인 2010년대 70위권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40여 계단 떨어진 순위입니다.
결핵 확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2006년 본격화했습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오는 2030년까지 결핵 종식을 위해 '결핵퇴치 2030 계획'을 수립·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계획은 연도별로 세 단계에 나눠 시행됐습니다. 마지막 구간인 2021~2030년에는 결핵 발생률을 98% 낮추는 목표가 잡혔습니다. 인구 100만명당 결핵 환자를 1명으로 줄이는 셈입니다.
목표 완수를 위한 수단 중 하나는 백신 국산화입니다. BCG 백신은 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생후 1개월 이내 신생아에 접종이 권고되는 품목이지만 지금까지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질병청은 백신 자국화를 위해 2009년 위탁사업자로 GC녹십자를 선정했고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GC녹십자는 2011년 정부 예산 87억원을 들여 화순공장에 BCG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반려였습니다. 나랏돈을 들여 도입한 백신 균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허가당국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GC녹십자는 BCG 백신 허가가 무산되자 작년 4월8일 국내 판매 계획을 철회한다는 공시를 띄웠습니다.
(사진=GC녹십자)
식약처의 허가 반려 이후 BCG 백신은 GC녹십자 파이프라인 목록에서도 지워졌습니다. 다만 GC녹십자가 화순공장에 구축한 BCG 백신 생산시설은 현재도 유지 중입니다.
백신 생산시설을 갈아엎으려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인증(GMP) 획득에 걸리는 시간을 포함해 통상 1~2년이 걸립니다. GC녹십자가 허가 반려와 무관하게 생산시설을 들어내지 않았다는 건 BCG 백신을 언제든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화순공장 BCG 생산시설을 활용할 길은 해외에 있습니다. 질병청이 수립한 결핵퇴치 2030 계획 중 백신 자급화가 사실상 무산된 만큼 당분간 국내에선 수입 물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달리 해외 허가기관이 GC녹십자 BCG 백신의 안전성보다 효과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수출도 가능합니다. GC녹십자 BCG 백신이 임상 3상에서 충분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덕분입니다.
실제로 질병청과 GC녹십자는 BCG 백신이 임상에서 보여준 통계적 유의성을 바탕으로 상용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관건은 시기입니다. 수출길 확보가 늦어질수록 BCG 백신 생산라인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질병청과 계속 논의 중"이라며 "BCG 백신 수출 등 여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GC녹십자와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