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2024년 5월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논란으로 불거진 박재현
한미약품(128940) 대표이사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의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간의 갈등 양상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준 입장 표명으로 해석됩니다.
송 회장은 5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최근 논란이 된 한미약품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입장문을 보면, 송회장은 "한미 창업주의 가족이자 대주주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위 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과 큰 실망을 느끼셨을 한미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며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만 다시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 회장은 곧이어 박 대표와 신 회장 간의 분쟁에서 박 대표 손을 들어주는 의중을 내비쳤습니다.
송 회장은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객과 주주들께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한미 창업주 임성기 선대 회장도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 사 전문경영인은 관련 제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송 회장은 또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서 "한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임직원 모두의 단합된 마음이며, 그 마음의 중심에는 '임성기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표와 신 회장 간 다툼은 팔탄공장 고위임원의 성추행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심화했습니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가해 임원을 비호하면서 원료의약품 구매 등 경영에 간섭했다고 주장했고, 신 회장은 이를 전면 부인하는 과정에서 양측 감정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이날 송 회장이 낸 입장문은 박 대표와 신 회장이 성추행 사건 이후 갈등 양상을 빚은 과정에서 나온 만큼 사실상 전문경영인인 박 대표 손을 들어준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송 회장의 우회적 박 대표 지지 선언은 신 회장과의 결별을 암시하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4년부터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 모녀 측과 창업주 장·차남으로 구성된 형제 측이 그룹 경영권을 두고 충돌하면서 격랑에 빠진 바 있습니다. 양측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이 모녀 측에 서면서 종결 수순을 밟았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