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제약사 생존동맹)①국산 신약 쌓이자…'적과의 동맹'

타사 기존 영업망 활용해 안정적으로 시장 안착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 묶어 시장 지배력 공고화

입력 : 2026-02-1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의 코프로모션은 그간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력에 국내 제약사의 촘촘한 영업망을 더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경쟁 구도에 있던 국내 제약사들 간 협력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들은 경쟁을 잠시 내려두고 손을 맞잡았을까. <IB토마토>는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공동 성장 전략을 분석한다. 더 나아가 국내 제약사 간 협력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협력 모델까지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대형 품목을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의 공동 판매 전략을 넘어서, 또 다른 국내사의 자체 제품과 영업력을 결합해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경쟁 속에서 시너지를 모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하는 것은 상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산 신약 제품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반증으로도 풀이된다.
 

(사진=대원제약 홈페이지)
 
연초부터 국내 제약사간 협력 계약 2건 
 
9일 업계에 따르면 2026년 연초부터 새롭게 체결된 국내 제약사 간 협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먼저 대원제약(003220)이 1월6일 셀트리온제약(068760)의 고혈압치료제 '이달비', '이달비클로', '이달디핀' 3종에 대한 국내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히며 그 포문을 열었다.
 
대원제약은 창업 이래 전문의약품을 위주로 성장해온 업체로서 전국 병·의원에 강한 영업망을 구축한 상태이며, 의원급 시장을 기반으로 종합병원급 거래처의 영업을 강화해 왔다.
 
특히 호흡기계 의약품에 강점을 가진 대원제약은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성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고지혈증 복합제 '타바로젯'은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24년 제네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티지페논' 역시 페노피브레이트 계열 전체 시장 내 1위를 점유하는 등 순환기 내과 영역에서 영업·마케팅 역량이 입증된 바 있다.
 
대원제약은 이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성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달비 패밀리의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이어서 같은 달 7일 비보존 제약(082800)한미약품(128940)과의 '어나프라' 판매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전했다. 어나프라는 비보존 제약이 지난 2024년 12월 국내 허가를 획득한 비마약성 진통제로 제38호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양사는 300병상 이하의 의료기관을 주요 타깃으로 어나프라의 유통, 영업 및 마케팅 전반에 대해 협업을 진행한다.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 완제품을 공급하고 한미약품은 자사의 병원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형병원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비보존 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미약품과의 협업을 통해 300병상 이하 중형병원 시장을 중심으로 어나프라의 접근성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쌓여가는 신약 개발 성과만큼 협업도 활발
 
그간 의약품 코프로모션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에 대한 국내 영업력 보완을 목적으로 한 협력 사례가 많았다. 글로벌사는 혁신 신약 또는 대형 품목을 들여오고, 국내사는 방대한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내 제약사들의 초기 성장기부터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사 간 협업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제품을 기반으로 서로의 영업·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개발 신약은 41호까지 나온 상태다. 10년 간격으로 나눠 보면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개발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1999년 1건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4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5건이 허가를 받았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진 총 5년만에 총 11개 신약이 허가를 획득했다.
 
가장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허가를 획득한 41호 신약 '엑스코프리' 역시 국내사간 협력 사례로 볼 수 있다. 뇌전증 신약으로 엑스코프리를 후보물질 단계에서부터 개발해온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 2024년 1월 동아에스티(170900)에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터키, 호주,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30개국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동아에스티가 허가와 판매, DP(완제)생산을 담당했다. 당시 CNS(정신신경용제)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춘 회사와 협력해 국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빠르게 안정적으로 안착하고자 했던 전략으로 풀이됐으며, SK바이오팜은 계약 체결 후 계약금 50억원을 수령하고, 국내외 허가, 보험급여 및 매출 마일스톤 등에 따라 최대 14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개발된 제30호 신약 '케이캡'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한 이래로 공동판매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HK이노엔(195940)(당시 CJ헬스케어)은 2018년 7월 허가를 획득하고 이듬해 국내에 출시하면서 종근당(185750)과 국내 종합병원 및 병의원 등 전 부문에서 영업 및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 2023년 종근당과의 코프로모션 계약 종료 이후에는 보령(003850)과 함께 국산 신약 영업마케팅 역량을 합치게 된다.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공동 영업마케팅하는 형태다. 카나브는 제15호 국산 신약이다. 이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킨 두 회사의 첫 협력 사례로 ,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해 국산 신약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 성공 사례로 자리잡게 된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은 단순한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거나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묶어 공동 영업 전략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개별 제약사가 단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더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의료기관 접점 확대 및 세분화된 시장 대응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 의존형 모델에서 벗어나 국내 주도의 시장 확장 전략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난 신약 개발 결과가 반영된 부분도 있다"며 "구내 시장에서도 신약 개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며 자체 제품 라인업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졌고, 이 과정에서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제휴는 당분간 하나의 성장 모델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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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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