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대표 조선·방산 기업인 HD현대와 한화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추진을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두 기업은 향후 5년간 조선·방산 분야에 각각 15조원과 11조원, 총 26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마스가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와 한화는 마스가의 성공을 위해 미 조선업 투자는 물론 국내 조선소와 협력사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두 기업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참석해 대규모 투자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우선 HD현대는 총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에너지 분야(HD현대오일뱅크)와 기계·로봇 분야(HD현대로보틱스·HD현대건설기계)에 8조원을,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각각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 회장은 전남 대불산업단지 스마트조선소 구축 기술 개발 사례를 언급하며 “AI 조선기술 실증센터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등 두가지 대형 R&D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대불 산단 내 30여개 중소 기자재 업체와 지역 조선소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D현대는 미 조선업 진출을 위해 지난 2년간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을 비롯해 군수조선 기업 헌팅턴잉글스 등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서버러스캐피털과는 50억달러 규모의 마리타임 펀드를 조성했으며, 헌팅턴잉글스와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내년부터 미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 등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도 국내 조선·방산 분야에서만 향후 5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잠수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거제 옥포조선소와 미 필리조선소 설비 확장과 더불어 추가적인 조선 사업 시설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8월 미 필리조선소에만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한화는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선박의 설계와 블록 제작 등 약 40%를 국내에서 수행해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여 부회장은 “미 조선 시장에 대한 투자가 국내 생산 기반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협력업체 매출도 2024년 9조원에서 2030년 21조원으로 2.3배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조선·방산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마스가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미 고위 관계자들의 국내 방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기술 역량을 점검했으며, 이 자리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미 해군 MRO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앞서 올해 5월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HD현대·한화 측과 만나 협력을 논의했고, 4월에는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이 두 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양사의 대규모 투자로 마스가 프로젝트가 사실상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는 투자 확대와 함께 조선 생태계 강화에 나서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협상이 타결된 만큼 주요 걸림돌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조선사 성장에는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들이 함께 구축한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해왔던 만큼, 추가 투자를 통해 마스가 프로젝트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