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사실상 서유석 현 회장과 황성엽
신영증권(001720) 대표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3파전이지만 업계에서는 두 후보가 실질적인 표심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협회 출범 후 처음으로 현직 회장이 연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업권을 대표해 온 두 인물의 '정책 연속성' vs '두터운 CEO 네트워크'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금융투자협회 후보추천위원회는 19일 오전 차기 회장 후보 공모를 마감했습니다. 서유석 회장과 황성엽 대표,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 총 3명이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막판까지 출마 여부가 주목됐던 정영채
메리츠증권(008560) 상임고문(전
NH투자증권(005940) 대표)은 끝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서유석, 성과 기반 연임 정당성 강조
업계에서는 형식은 3파전이지만 실제 구도는 '서유석 대 황성엽'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현직 회장이라는 조직적 기반과 대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황 대표는 이른 시점부터 선거 준비에 돌입하며 표심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서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젯밤 11시 넘어서까지 서류를 준비했다"며 "아침에 겨우 접수를 마쳤다"고 말해 선거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서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시장 친화 정책 속에서 자본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으며 향후 몇 년은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시기 필요한 것은 리더십의 교체가 아니라, 정부·국회·유관기관과의 협력 채널을 유지하며 현안을 해결해 나갈 리더십의 연속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디딤펀드 공동 출시, 공모펀드 상장 클래스 도입,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 도입, 종합투자계좌(IMA)·종투사 일반환전 업무 인가, 토큰증권 제도화 기반 마련 등 굵직한 제도 개선 과제를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표심'이라는 변수도 안고 있습니다. 금투협회장 선거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투표권에 가중치가 부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래에셋·
한국금융지주(071050) 등 대형사의 표가 승부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투협 회장직은 원래 자연스럽게 단임으로 이어져 왔다"며 "굳이 특별한 선례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미래에셋이 서 회장의 연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이 이러한 기류 속에서 미래에셋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각종 제도 개편이 맞물린 시기인 만큼 '정책 연속성이 필요한 때'라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상승장과 제도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라 일관된 정책 추진력을 높게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고 전했습니다.
황성엽, 업계 인맥·현장 기반…영향력 확장
반면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지난 8월 출사표를 던지며 비교적 일찍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입니다. 전날 지원서를 제출하며 공식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1987년 신영증권 입사 후 38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한 '원클럽 증권맨'으로, 자산운용·법인영업·투자은행(IB)·경영총괄·자산관리(WM) 등 핵심 부서를 모두 경험해 현장성과 조직 운영 역량에서 강점을 갖춘 후보로 평가됩니다.
황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업계 내 폭넓은 네트워크입니다. 여의도 사장단 모임을 이끌며 대형·중소형사를 두루 아우르는 인맥을 형성해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소형사들이 이번 선거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황 대표에게 힘을 싣는 분위기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황 대표는 증권뿐 아니라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로까지 접촉 폭을 넓히며 실질적인 표심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황 대표는 "금투협회장은 다양한 업권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자리인 만큼 경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융당국과 상시 협의체를 꾸려 업계 의견을 균형 있게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신영증권이 중소형사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황 대표의 현장 감각과 경험은 업계에서 인정받지만, 협회 전체를 대표하는 '체급' 면에서는 불리하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대표가 정영채 전 대표와 같은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이라는 점이 일각에서 이야기되긴 하지만 이번 선거는 학연보다는 업권 규모와 네트워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던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도 전날 의견서 제출을 마치며 정식 등록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그는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회·재정경제부를 거쳐
SK증권(001510)·코람코·현대자산운용·KB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관료·시장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입니다.
이 전 대표는 "현장의 언어와 정책의 언어가 따로 움직이면 제도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며 "정책 설계 단계부터 업계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증권사·운용사·외국계·대형·중소형사를 모두 경험한 만큼 회원사 요구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운용사보다 증권사 대표 출신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의식해 이 전 대표가 SK증권 대표 경력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증권사 출신을 더 적합하게 보는 기류가 있다"며 "이 전 대표가 이런 흐름을 알고 있어 SK증권 이력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12월 초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추릴 예정입니다. 최종 회장은 12월 중순 열리는 회원사 총회 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새 회장은 2026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3년 임기를 수행합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형식상 3파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후보 간 세력 경쟁이 뚜렷하다"며 "대형사의 표심과 중소형사의 결집이 어디로 기울지, 그리고 '정책 연속성'과 '네트워크 확장력' 중 어떤 가치를 회원사들이 더 무게 있게 판단하느냐가 최종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