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AI 버블론’을 잠재웠습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모두 매진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엔비디아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수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업용 AI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이 570억달러(약 83조66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549억2000만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로,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준입니다.
황 CEO는 “블랙웰 AI 슈퍼컴퓨터 판매는 폭발적이고 클라우드 GPU는 모두 매진됐다”며 “컴퓨팅 수요는 훈련과 추론 전반에서 가속적으로, 그리고 누적 증가하고 있으며 각각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시장에 대해서는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며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새 모델 개발사,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다양한 산업과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황 CEO는 “CPU 중심 범용 컴퓨팅에서 GPU 중심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무어의 법칙 이후 시대에 전환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황 CEO가 GPU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회사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만큼 GPU 수요가 실적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올해 블랙웰을 기점으로 루빈, 루빈 울트라, 파인만까지 1년 단위의 GPU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블랙웰 제품 원가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구형 GPU인 ‘H100’의 원가도 HBM이 40%가량을 차지합니다.
현재 블랙웰 제품에는 5세대 HBM3E 12단 칩이 8개 탑재됩니다. 내년 출시되는 루빈에는 HBM4 8개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AI 서버 전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칩 종류를 DDR5에서 저전력D램(LPDDR)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폭증하는 수요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충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60조원을 투입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 공사를 재개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구축해 2027년 첫 번째 공장 가동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이후에도 메모리 수요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 여력이 부족해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수율을 높여 공정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