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롯데그룹이 부회장단을 퇴진시키고 오너 3세를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로 앉히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지 못한 유통, 건설 등 주력 계열사 대신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비상장 계열사에서 본격적인 후계구도 밑그림을 그리는 모양새입니다.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로 내정한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사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유열, 제임스 박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합니다.
이번 인사에선 그룹 전체를 휘감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특히 부회장단 4인 동반 퇴임에선 기존 방식으론 현재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읽힙니다.
부회장단을 모두 퇴진시킨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갈아치우는 강수를 뒀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그룹 내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 유통과 건설, 화학 계열사입니다. 세 곳 모두 유동성 개선 물줄기가 시급한 곳입니다.
먼저 유통 계열사인
롯데웰푸드(280360)의 경우 장기차입금이 문제입니다.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롯데웰푸드의 장기차입금은 282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3분기 장기차입금이 22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빚이 10배 넘게 뛴 겁니다.
레고랜드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롯데건설은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5415억원에서 8622억원으로 불리고,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를 1조8177억원에서 1조2629억원으로 소폭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장기차입금 및 사채가 5613억원에서 1조642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신임 각자대표. (사진=롯데지주)
고전을 면치 못한 이들 계열사와 달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지주뿐 아니라 일본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힘을 실어주는 신성장동력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출범 이후 7차례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냈습니다. 이 중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등장한 것만 4번입니다.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의 유상증자 참여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조달한 자금 중 5000억원 이상은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에 쓰입니다. 1공장은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입니다.
바이오업계와 재계에선 신유열 대표 내정이 그룹 차원의 후계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도 적지 않은 돈을 풀어 전략적으로 키우는 계열사이자 앞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큰 신생 회사"라며 "롯데의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은 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 1순위인 오너 3세를 재무구조가 악화한 주요 계열사 대신 그룹의 육성 의지가 큰 바이오 계열사 대표로 배치했다"며 "비교적 '유동성 안전지대'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경영 수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