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10.5GW 외쳤지만…컨트롤타워는 '부재'

어장·생업 위협에 주민 반발 불가피한데
정부는 "바람소득으로 수익 나눌 수 있다"

입력 : 2025-12-10 오후 5:49:54
[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을 10.5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주민·어업권 갈등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없습니다. 이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착공은 반복해 막히고, 자금조달도 멈춰 서 정부 목표는 애초부터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이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인프라는 채우지만…'수용성 문제'는 그대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관계부처와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 2차 회의를 열고 '해상풍력 기반시설 확충·보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2030년까지 연간 4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지을 수 있도록, 설치·운송에 필요한 항만과 선박 등 기반시설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용량을 10.5GW, 발전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250원 이하로 낮추고, 2035년에는 이를 각각 25GW와 150원 이하로 확대·인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앞서 2010년대 초 추진된 대규모 해상풍력 육성은 이명박정부에서 출발해 박근혜정부로 이어졌지만, 인프라 부족과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인해 좌초됐습니다. 정부는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실제 해상풍력발전기 터빈 날개는 길이가 100m가 넘고, 본체 무게도 수백 톤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대형 부품을 임시로 보관하고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해상풍력 전용 항만'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해상풍력을 지원할 수 있는 항만은 목포신항 1곳뿐입니다.
 
경남지역 어업인들이 지난해 8월 경남 통영시 멸치권현망수협 앞에서 '욕지해역 해상풍력건설 결사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갈등 조정은 없다…결국 '사업자 책임 구조'
 
인프라는 확충되지만, 주민·어업권 갈등 구조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해상풍력에 주민이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바람 소득' 모델을 제시했지만, 어업 피해를 둘러싼 근본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는 없습니다.
 
정부는 풍황·환경·수용성 등을 기준으로 해상풍력 '계획 입지'를 선정해 인허가를 묶어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주민·어업권 갈등 조정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발 가능 후보지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발전지구 지정 이후 주민 동의 확보는 여전히 사업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반면 해양풍력 선도국인 영국은 정부가 개발 가능한 해역을 먼저 지정하면서 주요 갈등 요소를 사전 검토해 일차적으로 정리합니다. 이후 사업자가 임대 입찰에 참여해 개발권을 확보하면, 곧바로 금융 조달·설계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갈등을 걸러낸 구역'만 시장에 내놓기 때문입니다.
 
기후부 고위 관계자는 "주민은 자기 생계가 달린 문제라 반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제주·고창 등 여러 곳에 해상풍력발기가 여러 기 설치된 만큼, 예전에 비하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민이 다 반대하는데 1970년대처럼 밀어내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협상 주체는 사업자"라고 했습니다. 
 
당장 현장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 통영과 전남 영광 등 해상풍력 추진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어장 훼손'과 '생업 상실'을 우려하며 풍력기 설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류 이동 경로 변화, 조업 구역 축소 등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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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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