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5일 15: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온이 미국에서 추진해온 대형 합작 프로젝트 ‘블루오벌SK(BOSK)’를 사실상 정리했다.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BOSK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고정비 부담이 큰 합작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재무부담을 덜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루오벌SK 켄터키주 공장. (사진=블루오벌SK)
합작 유지보다 정리 택한 SK온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포드와 BOSK 생산시설을 분리해 독립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단독 보유·운영하고, 켄터키 1·2공장은 포드 측으로 이전된다. 이로써 50대 50 합작 체제가 사실상 종료됐다.
구조를 보면 포드가 보유하던 BOSK 지분 50%를 유상감자하는 대신 켄터키 공장 관련 자산과 부채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감자 이후 BOSK는 SK온 미국 법인(SKBA)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고, 테네시 공장은 SK온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된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SK온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구조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BOSK는 특정 고객 전용 합작법인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 전환이나 외부 수주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떨어졌고, 고정비 부담은 고스란히 SK온의 재무 리스크로 남았다.
실제 SK온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압박 국면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SK온은 매출 43조558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846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분기순손실 역시 8765억원에 달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부담은 뚜렷하다.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128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비현금 비용 조정과 운전자본 효과에 따른 측면이 크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만 3조1825억원이 투입되면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조5459억원 유출을 기록했다. 공격적 증설이 현금 소모를 키워온 것이다.
BOSK 정리로 재무 ‘리밸런싱’ 효과
이러한 가운데 SK온의 이번 BOSK 정리는 회사의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BOSK의 자산과 부채가 연결 기준으로 반영되며 재무부담을 키워왔지만, 이번 유상감자와 자산 이전을 통해 켄터키 공장 관련 부채와 차입 부담이 상당 부분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SK온의 연결 부채총계는 31조8096억원으로, 이 가운데 사채 및 장기차입금만 17조4090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역시 2조4548억원 수준이다. 합작 종료로 대규모 투자자산과 이에 수반된 차입 부담이 줄어들 경우, 부채비율과 이자비용 부담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SK온은 지속적인 적자로 결손금이 4조5627억원까지 확대된 상태다. 고정비가 큰 합작법인을 정리하고 투자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자본 잠식 우려가 중장기 리스크로 남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평가된다.
시장 관심은 SK온이 단독 보유하게 된 테네시 공장의 활용 방안으로 쏠리고 있다. 테네시 공장은 연산 45GWh 규모로, 당초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진 만큼, 해당 공장을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 진입 제한 등으로 ESS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합작 체제에서는 고객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EV·ESS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온이 조지아 공장만으로는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테네시 공장은 전기차 시장 회복 전까지 ESS 중심으로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이번 BOSK 해산은 SK온의 전략 기조가 단순히 외형 확장에서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SK온이 향후 △ESS 비중 확대 △고객 다변화 △투자 속도 조절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운영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OSK 정리는 그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테네시 공장의 경우 ESS용으로 완전 전환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라인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국내(충남 서산 2공장)에도 ESS 수요 대응하기 위해 연산 3GWh 규모의 삼원계 배터리 공장을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