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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7일 18: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캐피탈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PF 가운데 일부가 상환 대신 부동산담보대출로 전환되면서 잠재 리스크가 계속 내재됐다는 것이다. 새해 부동산 경기 업황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건전성 지표 개선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PF대출 잔액 줄었어도 ‘부동산담보대출’ 전환 확대
17일 여신전문금융·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22개 캐피탈사 기준 올 3분기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약 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9조7000억원 대비 16.2%(3조2000억원) 줄었다.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 정도다.
PF대출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발생, 건전성 저하가 지속돼 왔던 만큼 업계에서 적극적인 정리와 재구조화 작업을 수행한 결과다. 특히 캐피탈사는 다른 여신전문금융사인 신용카드사와 달리 PF 취급으로 외형을 키워왔기 때문에 더 중요한 문제다.
업계 평균 건전성 지표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3%로 지난해 말 대비 0.1%p 내려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7%로 0.1%p 올랐지만, 상승 폭이 이전보다 둔화됐다. PF 개별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신용등급 AA급이 5.1%, A급 이하가 9.5% 정도다.
다만 실질적인 리스크 감소는 지표보다 더딘 수준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는 PF대출 내 본PF 부문에서 일반부동산담보대출로 전환된 것까지 고려한 분석이다.
통상 PF대출에서 부실채권 정리 양상은 브릿지론이 경·공매, 상각, 매각 등으로 나타난다. 건전성 분류상 고정 단계는 경·공매 또는 매각 처리하고, 추정손실 단계는 상각하는 식이다.
반면 본PF는 경·공매, 상각 등 정리 작업 외에 일반대출로 전환되는 부분도 있다. 사업장 준공 이후 본PF가 계획대로 상환되지 못하고 부동산담보대출로 바뀐 것인데, 실질적인 성격이 만기 연장과 같다. 만약 전환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연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앞선 3분기 PF대출 금액에 일반부동산담보대출까지 더하면 23조8000억원으로 7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 여기에는 캐피탈사의 신규 영업 확대도 있지만 본PF 전환 건이 다수 반영된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PF 업황 부진…“새해 크게 개선되긴 어려워”
부동산 경기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탓에 내년 PF대출 회수·정리 성과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는 본PF보다는 브릿지론에서 더 문제다. 정리 대상이 브릿지론인 경우가 많아서다.
PF대출 내 고정이하여신 익스포저는 21개 캐피탈사 기준 지난해 말 1조3300억원이었는데, 올 1분기 1조5900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분기 1조4300억원, 3분기 1조2500억원 등으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PF대출 구성별로 본PF가 5429억원, 브릿지론이 7026억원이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은 사업 구분상 주거시설 비중이 51%다. 나머지는 업무시설 14%, 산업시설 22%, 기타시설 11% 등으로 나온다. 주거시설에서는 인허가 1년 이상이 27%, 2년 이상이 29%다. 즉, 인허가가 됐어도 장기간 본PF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고정이하 PF대출의 낮은 질적 구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회수, 정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내년 중에는 건전성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도 “부동산 PF대출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역별 부동산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공사비 부담이 증가한 영향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부실채권 정리 압박은 캐피탈사 중에서도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인 중·소형사에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AA급 캐피탈사 대비 PF 취급 비중이 높고, 일부 업체의 경우 PF에 집중된 영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서다.
캐피탈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소형 캐피탈사도 올해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익스포저가 빠르게 줄어든 면이 있다”라면서 “다만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으면 신규 부실채권 분류가 대형사 대비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건전성 개선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