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바 팔아도 남는 것 없지만…교차판매 노리는 은행들

실물 은 확보 비상…고액 자산가 유치 포석

입력 : 2025-12-18 오전 10:51:28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최근 은행에서 실버바 품귀 현상이 생겨난 건 은행들이 우량고객 확보를 위한 교차판매 창구로 은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물자산에 관심이 높은 고액 자산가를 창구로 유인해 펀드·신탁 등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밀려드는 실버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한 달 넘게 판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은 가격 급등과 실물 수요 증가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판매를 잠정 멈춘 것입니다. 지난달까지 이들 은행의 실버바 판매액은 약 4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8억원의 5배를 넘는 규모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 실버바 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구매를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받을 수 없고 배송까지 보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폐공사가 실버바 공급 조절에 나선 뒤에도 한국금거래소 등 다른 공급처를 통해 골드바를 공수해왔지만, 원활한 수급이 여의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사실 실버바 등 실물자산 판매는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 수입 등으로 직결되지 않습니다. 5% 안팎 수준의 판매 수수료가 있지만 물류비와 보관비, 운송 과정에서의 보안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전언입니다. 특히 은의 경우 금보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워 보관과 운송에 드는 제반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들어갑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버바의 경우 운송비나 보관 비용 등 부수적인 금액이 많이 투입된다"며 "단순히 실버바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 유지를 위한 전략을 꾀하고 있고 실버바를 통한 수수료 자체가 어마어마하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실버바 판매에 공을 들여온 이유는 우량고객 확보 때문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교차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교차판매는 기존 자사 고객에게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합니다.
 
은행권에서는 결제성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게 저축성 예금이나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등 연관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 시장을 중심으로 펀드와 신탁,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상품을 묶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드바나 실버바는 실물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필수적인 상품으로 인식되는데요. 이른바 '큰손' 고객을 창구로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아 수요가 몰리고 있어 내년 초가 돼야 실버바 공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으로 은행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큰 규모의 자금을 움직일 수 잇는 우량고객들을 많이 유치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버바를 팔아도 은행에 남는 수익은 사실상 없지만 은행들은 이를 교차판매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실버바를 선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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