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해킹 사태 수습이 KT의 최우선 경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사고 원인 발표와 별도로 해킹 은폐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KT 경영진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김영섭 현 KT 대표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에 오른 박윤영 후보의 조기 등판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8일 정부와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은 KT 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연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KT 해킹 사건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운데)가 지난 9월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열린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을 두고 정부와 관계 기관, 국회, KT 사이에는 온도차도 감지됩니다. 과기정통부는 부총리가 연내 발표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를 목표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조사 실무를 담당하는 관계 기관들은 아직 일부 조사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발표 날짜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회 역시 연내 발표하겠다는 점은 공유 받았지만, 정부로부터 구체적 일정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가 최종 결론이라기보다는, 그간 진행된 조사 결과를 정리한 성격의 발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사 범위가 일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조사나 보완 결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단순한 해킹 규모를 넘어 KT에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 미이행 여부나 이러한 조치가 법령 기준에 미달하지는 않았는지입니다. 경영진 인지·보고·방치 정황과 사고 은폐 또는 지연 신고 여부도 주의 깊게 살피는 부분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KT 해킹 사건은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검토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외부 침입에 의한 해킹 사고를 넘어, 관리 책임과 사고 이후 대응 과정 전반이 문제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형사처벌 권한은 없지만, 조사 결과에 법령상 보호 조치 의무 위반이나 중대한 관리 책임이 명시될 경우 경찰 수사의 핵심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19일 KT 판교 사옥 정보보안실과 방배 사옥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관련 임원 1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해킹 사고 자체만으로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지만, 법령에 명시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사고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 또는 사고 은폐나 지연 신고가 확인될 경우 형사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사 결과에 경영진의 형사책임 문제가 포함될 경우, 김영섭 현 KT 대표의 거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해킹 사태가 단순한 기술 사고를 넘어 기업의 책임 구조와 경영 리더십 문제로 확산될 경우, 현 대표 체제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김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윤영 KT 차기 CEO 최종 후보. (사진=KT)
이에 따라 KT 안팎에서는 차기 CEO 최종 후보에 오른 박윤영 후보 측이 조기 등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 후보는 당초 내주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며 공식 취임 준비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현 대표의 거취에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인수위원회 절차를 넘어 보다 이른 시점에 경영 전면에 나서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경영 전면 등판 시점은 정부의 해킹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약 3주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법상 주주총회 소집 통지 기한이 2주로 규정돼 있고, 이사회 결의와 공시 등 절차를 함께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KT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해킹 사태에 대한 수습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대응"이라며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즉시 회사 입장을 정리하고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윤영 후보 역시 정부 발표 직후 해킹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