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ODA 인사이트)(4)한국 ODA와 라오스 금융생태계의 접점

건설 이후가 성패를 가른다, 인프라 살리는 운영과 금융
보이지 않는 운영수익을 자산으로 만드는 금융 구조
지원의 끝이 아닌 환류의 시작, ODA와 금융의 결합

입력 : 2025-12-22 오전 6:00:00
 은사마Ⅱ(은퇴한 사람들의 해외 마을 만들기)는 단순한 은퇴자 주거 모델이 아닌, 초고령 사회와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와 개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가 전략입니다. 해외 거점에 형성될 은퇴자 커뮤니티는 항공·관광·헬스케어·부동산 산업에 걸쳐 신수요를 만들고, 동시에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의 교두보가 됩니다. 거점도시는 결국 한국형 개발협력(ODA), 글로벌 공급망 전략, 문화 교류의 실제 인프라가 됩니다. 은사마Ⅱ의 1차 거점은 라오스 비엔티안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두 도시 거주자들의 기고를 통해 이 전략의 향후 전개 방향을 조망합니다. 본 기획은 한국 ODA 자금이 라오스 경제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한국의 새로운 국가 전략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지원을 넘어, 운영과 금융으로 완성되는 협력
 
라오스 ODA 논의의 마지막 질문은 분명하다. 인프라를 어떻게 운영하고, 그 운영을 어떤 구조로 지속시킬 것인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라오스는 외부 차관과 ODA를 활용해 철도·도로·병원·상수도 등 국가 인프라의 골격을 빠르게 구축해왔다. 이는 육상연결국(Land-linked Nation) 전략의 핵심이자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성과다. 
 
이제 관건은 건설 이후의 단계, 즉 운영과 금융이다.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프라는 재정 부담으로 남고, 운영 체계가 자리 잡으면 상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금융과 제도,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운영 시스템이다. 라오스의 현실을 보면 인프라는 존재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금융·행정 체계는 아직 취약하다. 병원은 지어졌으나 수납·보험·회계 체계가 분절돼 있고, 상수도와 공공서비스 역시 요금 징수와 유지보수 재원이 안정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물류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철도와 도로는 깔렸지만 통관·결제·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연계되지 않으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프라의 성패는 건설이 아니라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 구조에 달려 있다.
 
건설 이후를 설계하라…운영과 금융의 연결
 
라오스 최대 국영 상업은행(BCEL) 창구 모습. (사진=세계은행 블로그)
 
첫째, 인프라 운영수익을 금융과 연결하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병원, 상수도, 물류 시설과 같은 인프라는 운영만 안정되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그 수익이 요금·결제·회계 시스템을 통해 제도화되지 않으면 금융권에서는 인식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돈'에 머문다. 운영수익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인식돼야 유지보수 자금 조달과 차관 상환이 가능해지고, 인프라는 비로소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과 무상원조가 기획 단계부터 결합돼야 한다. 이는 인프라 건설에 더해 운영관리 인력 양성, 요금 체계 정비, 보험 연계, 재무·회계 시스템 구축까지 포함한 패키지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될 때 인프라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상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프라 건설 이후의 운영과 금융까지를 염두에 둔 통합적 설계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단순한 기관 간 협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운영·금융을 함께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책임 주체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 설계가 전제될 때 인프라 운영수익을 금융과 연결하는 구조 역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라오스 ODA, 제도 넘어 금융 운영 경험까지
 
둘째, 이 구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와 함께 실제 금융 운영 경험의 공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기관의 참여는 ODA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책금융과 산업금융은 공공 인프라와 민간산업을 함께 지원하며 발전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러한 금융 운영 노하우가 ODA와 함께 원조를 받는 국가에 접목된다면 인프라 운영자금, 유지보수 금융, 관련 중소기업 금융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현지 국영은행과 상업은행과의 협력은 한국의 금융 경험을 전파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기관이 스스로 인프라와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인간 QR 결제가 빈번한 라오스. (사진=홍콩무역발전국 리서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ODA와 금융이 하나의 구조로 설계될 때 그 성과가 어디로 환류되는가다. 제도와 구조를 만들고도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익과 투자 기회가 제3국으로 이전된다면 ODA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국 금융기관이 현지 금융기관과 협력해 이 구조에 참여한다면 수익은 재투자와 추가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라오스에는 안정적인 금융 파트너를, 한국에는 ODA를 통해 축적된 신뢰와 경험이 다시 협력과 투자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든다. 한국 금융기관 참여가 ODA 사업과 함께 설계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라오스 ODA의 다음 단계는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금융 구조를 남길 것인가'의 문제다. 빚으로 세운 인프라가 자산이 되느냐, 부담이 되느냐는 운영과 금융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 ODA가 건설 이후의 운영, 금융, 제도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다면 라오스는 자산을 넘겨 빚을 갚는 길이 아니라 운영을 통해 스스로 상환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라오스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젊은 인구, 전략적 위치, 인프라의 골격은 이미 갖춰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지속 가능한 경제로 연결하는 금융과 제도다. 한국의 ODA가 이 접점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발 협력이 아니라 라오스의 자립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 관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한국 ODA가 지향해야 할 가장 성숙한 협력의 형태다.
 
이주명 IBK기업은행 과장·라오스 지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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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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