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삼바, 이미 LG엔솔 제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홀딩스 시총 97조…분할 전보다 불어나
삼에홀 저평가 분석에 급등…거버넌스 활용 가치 잠재

입력 : 2025-1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분할 후 기세를 올리며 코스피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3인자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분할 전 기준으로 따지면 이미 3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뒷심 덕분인데요. 증권사 목표가를 훌쩍 뛰어넘는 배경엔 저평가 분석 외에도 있습니다. 
 
분할 전 삼바로는 이미 시총 3위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000원 하락한 173만3000원으로 정규장을 마감했습니다. 최근 82조원을 넘어서며 3위 LG에너지솔루션을 맹추격했던 시가총액은 다시 80조원 초반으로 밀렸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도 약세를 보인 결과 시총이 88조원대로 감소, 둘 사이의 격차는 더 축소됐습니다.
 
그러나 기업분할 전으로 비교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것과 다름없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80조원에 그쳐도 분할 상장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16조7000억원을 넘어 양사의 합산 시총이 97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주식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시총 3위에 등극해 지금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2차전지 대장주로 불을 뿜을 당시엔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4위로 밀려날 처지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와 반대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올 중반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지만 기업분할을 계기로 다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분할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처럼 오해한 투자자들도 있지만 양사의 합산 시총을 참고하면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분할을 위한 주식 거래정지 직전인 10월29일 86조원이었던 시총이 거래 재개 첫날 93조원으로 7.8% 증가한 것입니다. 재상장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만 강세였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급락해 착시를 일으켰으나 합산 시총은 분할 전보다 계속 컸습니다. 
 
이후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저평가 분석에 힘입어 급등세로 돌아선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더욱 줄었고, 지난 16일 드디어 삼성바이오 양사의 시총이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넘어섰습니다. 이후로도 며칠간 LG에너지솔루션의 낙폭이 커진 탓에 이젠 분할 삼성바이오로직스 단독으로 3위에 도전하는 양상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저평가 분석에 삼성에피스홀딩스 급등
 
이처럼 삼성바이오 양사가 LG에너지솔루션을 잡는 데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상장 이틀째인 11월26일 종가 기준 33만5500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후 지난 16일 71만2000원으로 상승, 15영업일 동안 무려 112%나 뛰었습니다. 
 
추락하던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극적으로 반전하는 데는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의 분석 보고서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연구원은 3일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저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30년까지 10개 이상의 신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며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따른 이익률은 하락하겠지만 매출이 성장해 충분히 현금을 만들 여력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동종 업계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다며 목표가 61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보고서가 나온 이날부터 강한 반등세로 돌아섰습니다. 더구나 7영업일 만에 김 연구원이 예측한 목표가를 돌파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도 주가가 70만원대 중반까지 계속 오르자 삼성에피스홀딩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주가 상승 동력이 된 보고서도 신약을 개발하는 동안 충분히 버틸 능력이 된다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폭발적인 성장이나 주가 상승을 예견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미국에서 중국의 바이오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언급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8일(현지시간)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의 행정기관은 우려 바이오 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이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바이오 장비 및 서비스를 조달하거나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인데 실질적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바이오 섹터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 법으로 인한 수혜는 주로 의약품을 위탁 개발생산하는 CDMO 기업들에 맞춰져 있습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보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재료 밖의 상승 동력은
 
보험사의 보유자산 중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데요. 이렇게 법이 개정된다면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유지분 8.51% 중 상당 부분을 매도해야 합니다. 보유평가액이 총자산의 3%를 넘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도 오랜 기간 찬반 의견이 엇갈린 채로 논의 중인 사안이지만 삼성그룹으로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삼성생명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이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양사 지분을 삼성전자 등에게 넘겨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다면 자금 동원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삼성바이오 양사의 몸값을 높여야 합니다. 다만 CD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문이 곧 매출이어서 수주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경우 신약 개발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조건은 나은 편입니다. 
 
급등 후 며칠간 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주가가 다시 상승세에 올라탄다면 투자자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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