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빙하기'…유통가, 내년도 어렵다

고물가·환율에 소비자심리지수, 1년 만에 최대폭 하락
원가 부담 압박에 식품업계, 새해 '가격인상' 눈치보기

입력 : 2025-12-24 오후 2:32:43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고, 수입 물가도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지난달 112.4보다 2.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12.3포인트로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으로 떨어진 수치입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과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소비·저축·투자 같은 경제활동의 선행지표로 활용됩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으로, 100을 밑돌면 장기 평균 대비 비관적이라고 해석되죠. 실제 소비나 경기 수치가 아닌 심리 지표로 정치·사회적 이슈와 물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단기 변동보다는 추세적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소비자심리지수 악화의 주된 원인은 지난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수입 물가도 오름세로 이어져 실제 체감물가 부담이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원·달러 월평균 환율이 5개월째 상승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365원이던 월평균 환율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다 10월에는 1424원으로 1400원을 넘긴 뒤, 지난달에는 1460원까지 올랐습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며, 소비자물가에도 점진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입물가지수,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2.6% 오르며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도 0.3% 상승하며 3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산자 물가와 수입 물가를 결합해 산출한 국내 공급 물가는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한은과 국내외 주요 기관은 환율 고공행진을 반영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높였습니다.
 
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 압박에 유통 기업의 제조원가와 유통비용 부담이 확대돼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장 밀가루와 팜유, 코코아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와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계가 내년부터 먹거리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 압박에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 정책으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장 새해부터 가성비로 대표되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 상품들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연쇄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치즈, 버터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