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AI 반도체 업계는 단순 하드웨어를 넘어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쿠다(CUDA)’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일 소프트웨어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개발자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에 엔비디아와 같은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입니다.
그래픽카드에 표시된 엔비디아 로고. (사진=연합뉴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AI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무어스레드는 최근 독자 컴퓨팅 플랫폼 ‘무사(MUSA)’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쿠다 기반 개발자들이 쿠다 코드를 변환하는 방식을 통해 무사 사용을 유도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자체 설계한 텐서처리장치(TPU)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최근 메타와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에 나섰습니다. 메타가 개발한 AI 모델 개발 표준 도구인 ‘파이토치’를 구글 TPU에서 구동되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파이토치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픈소스 개발 도구로, 쿠다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번 협력으로 구글 TPU 도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코드를 크게 수정하지 않아도 TPU 기반 AI 모델 구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업계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쿠다를 기반으로 AI 생태계를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쿠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개발자들의 프로그래밍을 돕는 스포트웨어입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많은 AI 개발자가 쿠다를 활용해 수많은 코드가 축적됐고, 다른 반도체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아 엔비디아 시장 독점의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렇다 보니 칩의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쿠다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개발자들이 새로운 개발 환경에 적응하고, 코드를 수정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업계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업체들도 개발에 나서는 중입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자사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자체 소프트웨어 ‘RAISE’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RAISE는 파이토치, 등 기존 AI 개발 도구와 자사 칩의 호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이사는 최근 ‘국가전략기술 서밋’에서 “쿠다 생태계를 대체하기 위한 ‘반 엔비디아’ 진영의 소프트웨어도 꽤 많이 쓰이는 추세”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칩 성능도 중요하지만, 칩을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지도 칩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도 더 고도화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