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연말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지만, 최근 사임한 송창현 전 미래플랫폼(AVP) 본부장 사장의 후임 인선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한 달 가까이 공석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전략의 핵심인 수장 선임을 서두르기보다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며, 후임 발표를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연말 인사를 통해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219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 담당에는 진은숙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발령시키며 주요 사장단 인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송 전 사장이 이끌던 미래플랫폼(AVP) 본부의 후임은 이번 인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부 인사로 추교웅 전 현대차 부사장과 자율주행 합작법인 포티투닷의 최진희 부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외부 인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공석이 길어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에서 감독형 완전 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본거지로 둔 현대차로서는 미래차 전략을 이끌 수장의 부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급하게 후임을 확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미래차 수장은 단순한 기술 책임자를 넘어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을 좌우하는 자리인 만큼, 단기 성과보다 전략적 적합성을 중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미래차 수장은 그룹의 향후 방향성을 이끄는 선봉장인 만큼, 공석에 따른 조급함보다는 전략적 숙고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둘러 인선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은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포티투닷 본사를 직접 찾았습니다. 정 회장은 아이오닉6 기반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며 판교 일대를 주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당 차량에는 포티투닷이 개발한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E2E는 인공지능(AI)이 주행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해 인지 및 판단하고 제어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정 회장은 지도와 GPS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 판단을 내리는 AI 시스템 ‘아트리아 AI’의 완성도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미래차 핵심 기술을 직접 점검하며 기술 경쟁력과 조직 운영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