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년 재계의 핵심 경영 키워드로 ‘지배구조(Governance)’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 공시도 시행되는 등 규제가 강화한 까닭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29일 한국거래소는 내년도 상장사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대한 중점 점검 사항을 사전 예고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 공시 대상이 내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되는 만큼 기업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제도는 기업 거버넌스 투명성, 주주와의 소통 등 기업이 지배구조 핵심 원칙 준수 여부를 주주에 공개하는 보고서로, 기존에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사만 의무 공시 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대상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투명한 지배구조 체계를 시장에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표준에 맞는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하는 등 더 이상 ‘깜깜이 경영’을 허용하지 않는 시대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도 임박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늦어도 내년 1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1년 이내 소각을 해야 하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또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요건 목적의 경우에는 주총의 특별 결의 등 승인을 받아야만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소각 압박이 커진 셈입니다. 이달 15일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기준으로 보면 롯데지주가 27.51%로 가장 많으며 SK(24.8%), 미래에셋증권(23.56%), KCC(17.24%), HDC(17.14%), 두산(17.9%), LS(13.7%) 순으로 높은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를 담은 1차 상법개정안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도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됩니다. 기존에는 ‘경영상 판단’을 근거로 계열사 간 거래나 사업 분할 등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이사진의 민형사상 책임이 확대되고 거버넌스 이슈가 부각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업들 행보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LG전자도 경영진 보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으며 한화솔루션은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개정했습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이 의미하는 것은 대리인 비용(agency cost) 구도를 지배주주 대(對) 소액주주로 변화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3차 상법 개정안으로 원칙적 소각 시대를 맞아 상당부분의 자사주 소각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