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2024년~2025년 가상자산 시장에서 밈코인은 여전히 핵심 테마 중 하나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새해 밈코인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팬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이전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밈코인 서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도지코인(DOGE)에서 시작해 페페(PEPE), 플로키(FLOKI) 등으로 이어진 흐름은 한때 시장의 유동성과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 모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를 관통하며 양상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밈 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지코인. (이미지=디지털애셋)
DOGE는 밈코인의 원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담처럼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커뮤니티 결집력과 상징성만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오른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해 12월31일 코인마켓캡 기준 DOGE의 시가총액은 약 29조7400억원으로, 여전히 밈코인 중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후 등장한 PEPE와 FLOKI 역시 특정 캐릭터와 온라인 밈 문화를 전면에 내세워 단기간 급등을 연출했습니다. 이들 코인은 뚜렷한 사용처나 사업 모델 없이도 ‘밈 소비’ 자체가 투자의 동력으로 작용하던 시기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었죠.
밈 만으로는 못 버티는 시장
하지만 이 같은 장난성 밈코인 구조는 2024년 말부터 이어진 변동성 장세 속에서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동성이 위축되고 시장 전반의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자, 서사 외에 뚜렷한 기반이 없는 프로젝트들은 즉각적인 매도 압력에 노출된 것이죠.
밈코인 시장은 새로운 자극 요소를 필요로 했고, 그 공백을 정치적 서사가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초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른바 ‘정치 밈코인’입니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오피셜트럼프(TRUMP), 멜라니아(MELANIA) 등 특정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운 밈코인이 등장하며 매수·매도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자산들은 정책이나 공약 같은 실질적 내용보다는 정치적 상징성과 진영 논리를 자극하며 단기 급등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정치 밈코인도 단기간 ‘반짝’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선거 국면이 일단락되고 기대감이 소진되자, 정치 밈코인은 빠르게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매수세 이탈 과정에서 유동성 공백이 발생했고, 가격은 단기간에 급락했습니다. 실제로 TRUMP 코인은 2025년 초 국내 거래소 빗썸 상장 직후 시가 대비 약 45% 상승해 7만원대까지 올랐지만, 12월31일 기준 고점 대비 10% 수준인 7000원 선에 머물렀습니다. 업비트·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에 연이어 상장됐지만, 이미 정치적 재료가 소멸한 상황이라 계속되는 하락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2025년 시총 상위 밈코인 가격 변동률(1월1일~12월23일 기준). (이미지=코인게코)
가상자산의 전체적 하락 국면에서는 방어선 없이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밈코인 특유의 급등·급락 패턴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지요.
2025년 한 해 동안 밈코인 간 시세 격차도 뚜렷하게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DOGE는 연초 대비 28% 수준에 그친 179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같은 기간 PEPE(-80%), FLOKI(-83%) 등 주요 밈코인들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습니다.
'쓸 수 있는 밈코인' 대안 부상
이런 현상은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밈이라는 강력한 확산 도구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정치·이슈성 서사 역시 일회성 재료에 그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선은 점차 실제 사용처를 갖춘 밈코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반기 들어 주목받는 밈코인들은 게임, 대체불가토큰(NFT), 콘텐츠 플랫폼 등과 결합해 토큰 활용도를 높이거나, 스테이킹·보상 구조를 통해 온체인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캐릭터 소비를 넘어 코인이 실제 결제·보상·서비스 이용에 쓰이는 구조를 갖춘 프로젝트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일례로 맥시도지(MAXI)는 기존 도지코인의 밈 서사를 계승하면서도 오프라인 결제 실험과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이용처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가맹점과 온라인 서비스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조를 구축해, ‘보유만 하는 밈코인’이 아닌 사용 가능한 코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효용 제공 필요성
MoonBull(MOBU)은 스테이킹 보상에 대한 조기 접근과 사전 판매 혜택을 제공하는 화이트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온체인 수익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밈코인 프로젝트 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테마로 한 모바일 게임 ‘트럼프 억만장자 클럽’을 공개하며 게임·결제·NFT를 결합한 실사용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게임은 모노폴리 스타일의 보드게임 형식을 차용했으며, 게임 계정 충전에 현금과 TRUMP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광고 시청 보상, 콘텐츠 접근 권한 부여, 플랫폼 내 포인트 교환 등 제한적이지만 비교적 명확한 실사용 목적을 내건 밈코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밈이라는 낮은 진입 장벽을 유지하더라도 최소한의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빠르게 외면 받는 분위기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지코인의 시바견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합성한 그림. (사진=도지코인 트위터)
장기 수익 모델 아직 불분명
다만 이 같은 '실사용 결합' 흐름에도 불구하고 밈코인의 본질적 가치가 명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제·게임·NFT 등 활용처가 제시되더라도 실제 사용 규모가 제한적이며, 코인 수요가 서비스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보다는, 가격 부양을 위한 명분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테이킹·보상 구조 역시 신규 유입 자금에 의존하는 형태가 반복되면서, 장기적인 수익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입니다. 아울러 실용성을 내세우고 있는 밈코인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투기성 투자 심리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약점으로 꼽힙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까지는 밈코인 시장의 외형적 확장이 주요 관심사였다면, 2026년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밈코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거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