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인간 뇌의 비밀에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연구 도구를 실험실에서 키워내고 있습니다. 뇌 오가노이드(brain organoids)가 그것입니다. 이 3차원 세포조직은 기존의 동물실험이나 평면적 세포배양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간 뇌 발달의 일부 과정을 비교적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어, 신경질환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명과학기술 발전이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윤리적·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뇌 오가노이드는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를 특수한 배양 환경에서 증식시켜 만든 뇌 유사 조직입니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피부나 혈액처럼 이미 분화가 끝난 성체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다분화능(pluripotency) 상태로 되돌린 세포를 말합니다.
실험실 페트리 접시에서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이미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실험실서 자라는 인간 뇌 일부
이 기술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연구팀이 2006년 동물 세포를 대상으로 처음 확립했으며, 이후 인간 세포로 확장돼 재생의학과 난치병 연구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러한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보통 완두콩 크기 정도로 배양되는 뇌 오가노이드는 신경세포와 교세포 등 다양한 뇌 세포들이 자발적으로 일정한 구조를 형성하며 성장합니다. 기존의 평면적 세포배양과 달리, 실제 인간 뇌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포 분화와 조직화의 일부 단계를 3차원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그러나 오가노이드가 인간의 뇌와 동일한 수준의 복잡성이나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인간 두뇌 특유의 고도화된 신경회로망이나 감각·인지 처리 능력을 온전히 구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스스로 자각하거나 감정을 느낀다는 과학적 근거도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뇌 오가노이드는 동물 모델이나 단순 세포배양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인간 신경계의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연구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뇌 오가노이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뇌암처럼 동물 실험만으로는 충분한 재현이 어려웠던 신경·정신질환 연구에서 특히 유용한 수단으로 평가됩니다. 환자의 세포로부터 만든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조직을 배양할 수 있어, 인간 질환의 특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을 사전에 살피거나, 질환에 특유한 신경 회로의 이상을 분석함으로써 병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신약 개발의 단서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별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서로 다른 오가노이드를 연결해 보다 복합적인 신경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증 신호의 전달 경로를 모사한 네트워크 연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 조직 수준에서 통증 신호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달되는지를 더 가까이에서 추적할 수 있게 해, 만성통증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흐려지는 인간과 동물 경계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간의 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연구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식된 인간 조직이 동물의 신경 회로와 물리적으로 연결될 경우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범위에서는 이러한 이식이 동물의 지능이나 고통 인식 수준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이 이어질 경우, 오가노이드가 인간 고유의 기능 일부와 맞닿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생명윤리학자인 알타 차로(Alta Charo) 명예교수는 오가노이드가 아직 감각이나 의식 같은 기능을 갖추지 못했지만, 여러 오가노이드를 연결한 ‘어셈블로이드(assembloid)’ 연구가 진행되면서 그 경계에 대한 논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탈리아 페가소대학교의 신경윤리학자 안드레아 라바차(Andrea Lavazza) 교수 역시, 만약 의식을 가진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를 지닌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배양한 지 2개월 된 뇌 오가노이드의 단면을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사진=NASA)
이에 따라 연구에 사용되는 줄기세포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 동물 복지 기준의 재검토, 그리고 생물학적 종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의식과 인지라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연구인 만큼, 과학적 탐구가 사회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정교한 규제와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윤리 문제, 공론의 장으로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과학자와 윤리학자, 환자 단체 대표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0일부터 12일까지,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주관으로 캘리포니아 아실로마(Asilomar) 컨퍼런스 센터에서 뇌 오가노이드 연구의 향후 규범을 논의했습니다. 이곳은 50년 전 재조합 DNA 연구의 안전 지침을 논의하며 유전공학 규제의 출발점이 된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회의에서 과학계와 환자 측은 난치병 치료를 앞당기기 위해 연구가 지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반면, 윤리학자들은 공공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논의와 규범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여 팽팽한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비록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참가자들은 한 가지 점에는 뜻을 같이했습니다. 과학이 사회적 신뢰 속에서 전진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성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한계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