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엑시트가 된 코스닥)②M&A, 성공과 실패를 가른 건 '본업'

HPSP·클래시스, M&A로 '밸류업' 성공…기술·자본 만나 시너지
'무늬만 신사업' O사·R사, 주인 바뀌고 적자 늪…개미만 '눈물'

입력 : 2026-01-1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7일 23: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이 혁신 벤처기업의 성장 무대가 아니라, 경영권을 사고파는 이른바 '머니게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체질 개선이나 신사업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M&A)보다는 대주주의 단기 차익 실현이나 유동성 확보를 노린 경영권 매각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잦은 최대주주 변경은 경영 전략의 연속성을 훼손하고,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IB토마토>는 경영권 매각이 잇따르는 배경과 그 이면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코스닥 시장이 다시 혁신 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M&A를 토대로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며 성장한 기업 사례가 있는 반면,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본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성장동력을 잃은 곳도 여럿이다. 주인이 바뀐 회사가 본업에 집중하지 않는 현상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자본' 옷 입고 날아오른 기술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약 10%가 주인 변경 과정을 겪었다. 잦은 손바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M&A를 '제2의 창업'으로 연결한 성공 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M&A는 혁신 벤처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고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키도 한다. 
 
고압수소어닐링(HPA) 장비 전문 기업 HPSP(403870)가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과거 풍산(103140)그룹 계열사였으나 지난 2017년 사모펀드(PEF)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바 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 후 날개를 달았다. 대주주의 과감한 R&D 투자와 경영 효율화가 맞물리며 2022년 영업이익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코스닥 시가총액 25위권의 우량주로 거듭났다.
 
미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 클래시스(214150)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창업자가 2022년 글로벌 PEF인 베인캐피탈에 경영권을 넘긴 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수출 기업으로 변모했다. 경영 시스템도 고도화해 기업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수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최대주주가 변경된 기업이 본업과 연관이 높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도 있었다. 연구개발(R&D)을 확대하거나 인수 주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까지 꾀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기업도 있다.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정당하게 인정받고 소액주주들 역시 기업 성장과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윈윈 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간판만 바꾼 '무자본 M&A' 의혹…본업은 뒷전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짙다. M&A가 기업의 펀더멘털 강화가 아닌, 특정 세력의 '한탕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경영권을 인수한 뒤 2차전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테마성 신사업을 미끼로 주가만 띄우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주체의 성격과 인수 후 사업 운영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행태에 대해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원자력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O사가 대표적이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리는 듯했으나, 본업에 집중하지 않아 정작 내실은 무너졌다. 실제로 O사의 영업손익 지표는 2024년 1~9월 18억원 흑자에서 1년 뒤 적자 80억원으로 돌아섰다. 
 
원천소재 기술 기반 세라믹 부품 제조기업인 R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사명 변경과 함께 본업과 큰 접점이 없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실체는 없다. 신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해 11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자금 납입은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다. 전형적인 '호재 띄우기용' 공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코스닥 상장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 사례보다는 단기차익 실현 등으로 시장의 우려를 키운 사례가 더 많아 보인다"라며 "특히 사업 운영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주체가 회사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 아니라 차익 실현을 위해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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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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