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데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개선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은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실적이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삼성전자).
8일 업계에 따르면 HBM 등 고성능 메모리에 생산이 집중되면서 범용 D램의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9.3달러였습니다. 이는 2024년 말 1.35달러와 비교하면 7배나 급등한 수치입니다. 임베디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중심으로 낸드 수요가 회복된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글로벌 메모리 업체 중 생산능력(캐파)이 가장 큰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5세대 HBM(HBM3E) 재설계로 고객사 다변화와 공급량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AMD를 비롯한 브로드컴 등 주문형 반도체(ASIC)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입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난해 상반기 두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2조원대 중반에 달했지만, 4분기 들어 80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지난해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AMD의 2나노칩 수주도 앞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모바일애플리케이션(AP) 기업인 퀄컴과도 2나노 공정을 활용한 위탁생산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16조~1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DS부문 외에 다른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 2조원대, 디스플레이 1조원대, 하만 5000억원 등입니다. TV·가전 사업부는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HBM4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HBM 타고 ‘훨훨’…100조 영업익 ‘기대’
4분기 호실적에 더해 삼성전자가 향후 HBM4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으로부터 HBM4 시스템인패키지(SiP) 테스트 최고점을 받는 등 HBM4 공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도 최근 “HBM4는 고객들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6~17% 수준이었던 HBM 시장점유율이 올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듭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6조7034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00조원 이상으로 예측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메모리 시장 전반에서 높은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예상된다”면서 “D램 생산능력과 HBM 공급 확대 가능성을 감안하면 DS 부문의 실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