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지속…'환율·내수·금리' 고차방정식

원·달러 환율, 연말 당국 개입에도 새해 상승세
강달러에 원화 약세…고물가→고금리로 확산
고환율 움직임에 당국 구두개입성 메시지 내놔

입력 : 2026-01-08 오후 5:11:5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말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 이후 40원 넘게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심리적 저지선인 1450원 선을 넘었습니다. 달러 실수요가 여전한 데다, 주요국의 통화 약세 및 지정학적 위험 등에 따른 '강달러' 영향이 컸습니다. 고환율이 다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내수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물가 상승 압력에 가계의 불안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환율 불안에 통화정책의 셈법 역시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환율이 불안해지고, 고금리를 유지하자니 내수가 위축되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입니다. 외환당국은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돼 있다고 판단하면서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뜻을 밝혔습니다. 
 
야금야금 오르는 환율…'심리적 저지선' 1450원 돌파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오른 1449.7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4.8원 오른 1450.6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연말 종가로 1439.0원을 기록했지만, 새해 들어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환율은 지난달 24일 정부의 고강도 구두개입과 외환시장 수급 안정화 조치 발표 이후 단기간에 40원 이상 급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연초 들어서 하락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우상향 흐름을 보이면서 심리적 저지선은 1450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환율 상승은 우선 달러 수요가 여전한 점이 요인으로 꼽힙니다. 거주자들의 해외주식 투자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가 다시 되살아난 데다, 수입업체의 저가 매수를 중심으로 한 결제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그린란드 획득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소폭 오른 점도 환율 상단을 끌어올렸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지난밤 미국 서비스업 지표가 견조하게 발표되면서 상반기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유입됐다"며 "이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유로화 등 기타 통화가 달러 강세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외환시장은 강달러 흐름의 영향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거주자 해외주식 투자에 따른 환전 수요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도 국내 수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물가·금리까지 악순환…정부 "환율, 펀더멘털과 괴리"
 
새해 들어서도 고환율이 장기화할 움직임이 엿보이자 가계와 기업의 불안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물가 자극→소비·투자 위축'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지는데, 우선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순차적으로 전이됩니다. 환율발 인플레이션 압력에 기업의 비용 부담뿐 아니라, 고물가에 가계의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특히 환율 불안은 해외 자금 유입을 막고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투자까지 위축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고환율 영향으로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통화정책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더욱 어렵게 해 고금리 기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더뎌지면 결국 시장금리 오름세로 이어지고, 대출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은으로서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환율이 불안해지고, 고금리를 유지하자니 내수가 위축되는 진퇴양난에 빠지는 것입니다. 
 
외환당국은 새해 환율 상승 움직임에 한자리에 모여 또다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이찬진 금융감독원장·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가 열고 금융시장 동향을 논의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최근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활기를 띠고 국고채 금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등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이라면서도 "외환시장은 일방적인 원화 약세 기대가 일부 해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돼 있는 만큼 정책당국이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구 부총리는 "첨단산업, 벤처·창업, 자본시장 등으로 자금 흐름을 대전환하는 '생산적 금융'을 본격화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겠다"며 "올해 총 3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지원을 착수하고, 6000억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내 시장 복귀계좌(RIA) 상품을 출시하는 등 국내 주식 장기투자 촉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오는 4월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차질 없이 실행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장상화점검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윤철 부총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재경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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