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줄 유산 없다" 1인 가구와 딩크족 노린 톤틴연금

입력 : 2026-01-09 오후 2:45:42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1인 가구와 딩크족을 겨냥한 톤틴연금보험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톤틴연금은 가입자들이 일정 금액을 공동기금으로 조성하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마다 남은 가입자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상품입니다. 그동안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로 도입이 어려웠던 상품이지만, 개편을 통해 상품 가치를 키웠습니다. 최근 선보인 상품은 가입자가 연금 개시 전 사망하거나 해지하더라도 그간 납입한 보험료 또는 계약자 적립액의 일정비율 중 큰 금액을 지급토록 했습니다. 
 
한국형 톤틴 최초 출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이달 보험업계 최초로 '신한톤틴연금보험(사망·해지 일부지급형)'을 출시했습니다. '사망·해지 일부지급형'은 연금 개시 전 해약환급금과 사망보험금이 '일반형'보다 적은 대신 해당 재원을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으로 활용해 연금 수령액을 크게 높인 상품입니다. 지급되지 않은 재원을 기금에 남겨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구조인 만큼 월 연금 수령액이 일반형보다 많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금 개시 전 보험기간이 20년 이상인 계약을 연금 개시일까지 유지한 경우 기간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의 최대 35%의 '연금개시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가입 나이는 15세부터 최대 55세, 연금 개시 나이는 30세에서 95세로 가입 후 최소 거치기간은 5년입니다. 보험료는 월납 30만원 이상 가능하며 납입기간은 10년 이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톤틴연금은 살아 있는 사람이 더 받는 구조로 도덕적 문제가 거론되며 그동안 국내 정서와 맞지 않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연금시장에서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남은 가족에게 자금이 돌아간다는 구조와 배치된다는 점도 걸림돌이었습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러한 정서를 반영한 한국형 톤틴연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사적 연금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톤틴연금 도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적립액 비율은 한국이 28.5%로 미국(134.4%)과 영국(104.5%)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톤틴연금은 기존 연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추가 가입을 통해 노후 소득원을 다각화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1인 가구, 딩크족이 증가하는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톤틴연금은 가입자 생존 기간 수령액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이러한 수요층에 적합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장수를 기대하는 경우 일반 연금상품 대비 연금 수령액을 약 38%가량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한 기대수명 연장으로 종신연금 판매가 어려워지자 보험사들이 새로운 상품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입니다. 종신연금은 보험사가 연금액을 확정 보장하며 장수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인 반면 톤틴연금은 보험사가 기본적인 구조만 설계하고 리스크는 가입자가 함께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가입자에게 분산시키면서도 새로운 연금 상품을 제시하는 셈입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기존 톤틴연금을 재해석해 생존자의 연금액을 높이면서도 해지하는 사람에게 이점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며 "오래 살수록 더 많이 연금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업계 최초로 도입되는 상품인 점을 고려해 모든 소비자가 상품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완전판매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사적 연금시장을 활성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보험업계 최초로 '신한톤틴연금보험(사망·해지 일부지급형)'을 출시했다. (사진=신한라이프)
 
보험업계 "소비자 반응 예의주시"
 
톤틴연금은 해외에서도 구조가 극단적인 연금 상품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생존자가 더 많은 연금을 받는 방식 탓에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둘러싼 도덕적 문제, 횡령 등 범죄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전적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톤틴연금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900년대 초 전체 보험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 전체 가구 수가 약 1800만 가구인데 톤틴연금 가입 건수는 900만건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세기 말에는 미국 생명보험 상품의 약 67%가 톤틴 방식을 적용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망자가 늘어날수록 생존자의 경제적 이익이 커지는 구조로 도덕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일부 보험사가 톤틴연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횡령하는 등 각종 법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결국 미국 뉴욕주는 1906년 톤틴연금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이후 2016년 일본에서 톤틴연금 원리를 변형한 연금 상품 '그랑 에이지'가 출시했습니다. 제일생명과 간포생명 등 총 5개 생명보험사가 톤틴 방식을 적용·변형한 연금 상품 판매에 나서며 일본 내에서 톤틴 상품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출시 3년 만에 신계약 7만5000건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 보험사들은 톤틴연금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상품인 만큼 소비자들이 상품 구조와 취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상품 구조가 생소한 데다 여전히 연금의 기본인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남은 가족에게 자금이 돌아간다'는 구조와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톤틴연금이 인기를 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상품 구조가 너무 생소한 만큼 소비자에게 장점에 대한 체감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톤틴연금이 인기를 끌려면 해당 상품의 장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기존 톤틴의 인식까지 깨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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