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으로 기업의 외형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제약업계를 뒤덮었습니다. 산업계가 정부의 입장 선회를 제외한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꾸준한 인수합병으로 투자 여력을 찾아낸 글로벌 기업 사례가 해법으로 제시됩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인 제네릭 약가를 40%로 낮추는 새로운 약가제도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급여의약품의 약 90%를 채우는 제네릭 약가 인하 방침이 정해지자 제약업계는 여러 명분을 앞세워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시장 규모 축소에 따른 글로벌 경쟁지수 역주행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관련 단체 5곳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작년 말 긴급 기자회견에서 2011년 11위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이듬해 약가 일괄 인하를 거쳐 2017년 13위로 하락했다는 근거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노피·화이자 키워낸 인수합병
제약업계가 우려하는 외형 축소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계하는 리스크입니다. 기업의 덩치가 작아지면 그만큼 연구개발에 쓸 곳간의 크기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과거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했습니다.
M&A로 공룡 기업 반열에 오른 대표적 제약사는 사노피입니다. 석유화학 기업 토탈 산하 제약사로 출범한 사노피는 독일 제약사 훽스트와 프랑스 화학·제약 기업 롱프랑이 합병한 아벤티스를 품에 안으면서 2004년 사노피-아벤티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아벤티스 인수로 프랑스 2위, 전 세계 3위권 제약사로 성장한 사노피는 2011년 젠자임, 2018년 바이오베라티브를 사들인 데 이어 작년에는 미국 바이오텍 블루프린트 메디슨을 95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RNA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동시에 내놓은 화이자 역시 인수합병을 거쳐 입지를 다진 기업입니다.
구충제 생산업체였던 화이자는 1970년대 들어서 M&A를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화이자는 1999년 워너램버트와 1118억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지혈징 치료제 '리피토' 권리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세계 5위권 제약사로 부상했습니다.
2002년 파마시아 인수는 화이자의 인수합병 전략이 두각을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화이자는 이 계약으로 파마시아가 갖고 있던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제약사까지 한 번에 품을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시총 1위도 M&A…사업부문도 거래 대상
제약바이오 기업 중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긴 일라이 릴리도 적극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보입니다.
릴리의 기업 쇼핑은 2023년을 기점으로 활발해졌습니다. 릴리는 이때 베르사니스 인수로 대사질환 연구 확장 모멘텀을 만들었고 작년에는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편집 기술 확보를 위해 애드버럼과 버브를 각각 사들였습니다. 올해 들어선 기존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12억달러를 들여 벤틱스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습니다.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대대적인 M&A와 달리 특정 사업부문만 손에 쥐는 틈새시장도 글로벌 기업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자사 품목과 경쟁이나 시너지가 예상되는 경우 핀셋형 인수 전략을 펼치는 겁니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노피도 2017년 베링거인겔하임의 소비자 제약 부문만 인수했고,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영국 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공동 설립한 소비자건강보험 합작 사업의 지분 35%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부광약품 본사 전경. (사진=부광약품)
한국 제약업계도 M&A 통한 성장 불씨
기업을 통째로 넘겨받거나 특정 영역만 인수하는 해외 빅파마들의 성장 기조와 달리 그동안 한국 제약업계에선 경쟁사 지분을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적대적 M&A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와 달리 바이오업계에선 지분 취득 이후 자회사 편입, 해외 기업 인수 등 다양한 형태의 M&A가 성사됐습니다.
작년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부광약품은 이달 5일 최종 인수자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부광약품이 한국유니온제약 인수에 동원할 현금은 300억원입니다.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로 전문의약품 중심 만성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부광약품의 의약품 생산능력은 30%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유니온제약은 부광약품보다 2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액상주사제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액상주사제 생산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