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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5일 17:5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IFRS17 회계 전환 이전에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5년 조기상환 콜 시점이 올해와 내년 대거 도래한다. 해당 채권은 조건상 ‘보완자본’ 분류인데, 당국의 과도기적 예외 조치로 ‘기본자본’에 포함되고 있다. 중도 상환과 차환이 이뤄지면 기본자본이 크게 깎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시행되는 기본자본 K-ICS 체계서는 조기상환 요건이 추가되는데, 기준치가 높아 콜 미실행 리스크도 커졌다.
신종자본증권, 5년 중도 상환 시기 도래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5년 조기상환’ 콜 시점이 도래하는 기발행 신종자본증권은 총 2조5109억원이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발행했던 것들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채권으로 명목상 영구채이나, 시장 관례상 발행 후 5년 되는 시점에서 중도 상환한다. 발행액만큼 부채가 아닌 자본(손실흡수력에 따라 기본자본 또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채권들은 2023년 보험사 회계 기준이 IFRS17으로 바뀌기 전 발행했던 것들로, 자본 중에서도 ‘기본자본’에 포함된다. 본래는 현행 K-ICS 체계에 따라 ‘보완자본’으로 분류돼야 하는데, 회계 변경 과도기적 특성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예외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발행 후 일정 기간, 보통 10년이 지나면 금리를 올리는 설정) 조항이 있으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스텝업이 상환을 촉진하는 유인으로 작용, 채권의 지속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2023년 이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스텝업 조항이 없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9월
DB손해보험(005830)이 발행한 한 건뿐이다. 이러한 채권은 발행 조건(배당가능이익 존재 등)이 까다로워 시행 가능한 보험사가 일부 대형사밖에 없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앞선 2조5109억원) 콜 시점이 도래해 중도 상환하고 다시 차환하게 되면, 예외 조치 효과가 사라져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차환하는 것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현행 기준을 따라야 해서다.
즉, 보험업계 기본자본이 대규모로 깎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보험사들 가운데 스텝업 조항이 없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차환할 수 있는 곳은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코리안리 정도뿐이다.
"기본자본 증권도 조기상환 요건 맞춰야"…허들 높아 콜 미실행 우려
기본자본은 보완자본보다 손실흡수력이 높은 만큼 자본을 확충하기 훨씬 어렵다. 보완자본은 스텝업 있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대규모로 발행해 빠르게 늘릴 수 있다. 반면 기본자본은 경상적인 수익성 확대로 이익잉여금을 불리거나, 최대주주로부터 유상증자 지원을 받는 정도다. 기본자본 감소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다.
기본자본 기반의 K-ICS 비율 규제(현재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 합산 총자본 K-ICS 비율 규제)는 금융당국이 내년 초부터 도입하기로 했는데, 기준치인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중소형 보험사가 다수다. 일부 대형사도 50% 근처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낮은 보험사는 기발행 신종자본증권을 처리하기 위한 셈법도 복잡해진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 하려면 상환 후에도 기본자본 K-ICS 비율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50% 이상일 경우에는 양질 또는 동질의 자본으로 대체 차환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내년부터 5년 콜 시점이 도래하는 물량의 향방은 일차적으로 해당 보험사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이 80%를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 80%를 넘으면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극소수 추정) ▲보완자본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 ▲차환 없는 상환 등 모든 선택지가 가능하다.
반면 80% 미만에 50% 이상인 경우 ‘보완자본 신종자본증권으로 차환’을 동질의 대체 수단이라고 금융당국에 인정받아야 중도 상환과 동시 차환이 가능해진다. 이외 나머지 두 선택지는 사실상 불가하다.
대체 조달 불인정이나 50% 미만 등으로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 5년 조기상환 불가·지연이라는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롯데손해보험이 K-ICS 비율 저하로 후순위채 900억원 중도 상환을 미뤘던 바 있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기본자본 K-ICS 비율 기준 도입으로 조기상환 요건 충족이 어려워지는 보험사도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 “기본자본 확충 수단이 제한적인 보험사는 기본자본 비율 유지를 위해 콜옵션 행사에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