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과 LG가 전장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대비한 기술 주도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주행 성능을 넘어, 차량 내부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놓고 가치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계열 부품사들까지 전장 분야에서 성능 경쟁에 뛰어들면서, 전장이 국내 대표 가전업계의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주욱 자동차 업체 지커의 6인승 플래그십 SUV ‘9X’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가 설치돼 잇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BMW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20’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해당 제품은 운행 정보 제공과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등에 필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차량 내부를 별도의 생활공간으로 조성하는 ‘디지털 콕핏’ 전략도 주목됩니다. 차량용 오디오·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하만은 최근 탑승자 개개인이 각자 기기를 연결해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차량 내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솔루션 ‘하만 레디 스트림쉐어’를 공개했습니다. 이동 수단에 머물렀던 차량을 새로운 오디오 경험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 데모 키트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차세대 전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래 기술을 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입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하만의 전장·오디오 기술,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역량을 결합한 ‘초연결’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정, 차량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초연결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LG전자 모델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차량을 탑승자에게 맞추는 개인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차량 주변 환경과 탑승자 상태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인 ‘AI 캐빈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SDV를 넘어 인공지능 중심 차량(AIDV)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입니다.
전장 부품을 양산하는 LG이노텍도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습니다. 지난 13일 LG이노텍은 광주광역시와 공장 증축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 약 1000억원대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광주사업장은 차량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과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LG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의 주요 거점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CES 2026에서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화면을 통해 탑승자별 맞춤형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용 P2P(Pillar to Pillar)’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이처럼 양사의 기술 경쟁은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흐름 속에서, 차량 내부 생태계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운전을 자동차에 맡기고 다른 업무를 보는 일이 몇 년 이내 다가올 것”이라며 “이때 중요해지는 게 제어 기능 극대화, 시스템 연동, 안전 등의 부분으로 이 과정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