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중대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경제호가 '5극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전략에 맞춘 새로운 방향타를 잡고 본격적인 궤도 수정에 나섭니다.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통째로 바꿀 '산업 연구개발(R&D) 대전환'이 그 핵심입니다. 단순 인프라 차원을 넘어 지역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돈과 사람이 스스로 흐르게 하는' 경제의 원리를 지역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4월10일 대구 달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5 달서구 중장년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경제 '구조적 한계'
28일 한국은행의 '2026년 1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지역경제는 수도권과 동남권, 충청권 등 대부분 권역에서 상반기 대비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민생쿠폰 등 소비 진작 정책과 반도체 업황 호조가 마중물 역할을 한 겁니다.
즉, 반도체(수도권·충청권), 디스플레이(대경권) 등 특정 업종의 수출 호조와 정부의 확장 재정에 기댄 측면이 클 뿐 지역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단순 인프라 구축이 아닌 지역 생산성을 끌어올릴 근본적인 궤도 수정을 꼽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보면, 지난 2005~2019년 사이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은 '생산성 우위'였습니다.
쾌적도, 정주 여건이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을 어느 정도 방어했으나 수도권의 압도적인 생산성 증가가 이를 상쇄하는 등 인구 쏠림을 주도했다는 분석입니다.
김선함 KDI 연구위원은 "2019년 기준 수도권 비중을 46%로 낮추기 위해서는 7개 거점도시(대전·세종·광주·울산·부산·대구·원주)에서 평균 8.2%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비중을 낮추기 위한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전략과 맥락이 유사합니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극3특' 성장엔진…'산업 R&D' 대전환
정부도 파편화된 소규모 과제와 수도권 집중 체제에서 벗어난 '5극3특' 성장 엔진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2조원 규모의 '산업 R&D 혁신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국가 R&D의 73%가 수도권에 쏠려 있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 R&D의 중심축을 지역으로 과감히 옮깁니다.
광주·부산·구미를 잇는 '반도체 남부 벨트'와 충청·영남·호남의 '배터리 삼각 벨트' 등 권역별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업위기 지역의 재도약을 위한 1조5000만원 규모의 'K-화학산업 대전환 프로젝트'도 병행합니다.
R&D 선정 때에는 지역 파급효과(고용·생산 등) 고려가 의무화되며 비수도권 전용 과제 유형도 신설됩니다. 제조업과 AI의 융합(M.AX)을 위해 산업 현장의 지능화도 가속화됩니다. 2030년까지 전국에 500개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15개의 제조 AI 선도 모델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 등 주력 제품에 AI를 이식하는 '임베디드 AI' R&D에도 집중합니다.
R&D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짜 일'도 과감히 버립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5000여개가 넘는 R&D 과제 관리에 소요되는 행정력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총 국비 100억원 이상의 대형 과제 수와 규모를 30년까지 30% 이상 확대하고 소형 과제를 통합 관리하고 융합형으로 기획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는 R&D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차 전략기획투자협의회를 통해 산업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