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민낯)③전환기마다 흔들리는 KT…'CEO 인수위' 명문화 필요

연임 포기해도 권한은 그대로…CEO 교체기 공백 키워
CEO 전환기 상황…상법상 별도 규정 없어
공공 인프라 쥔 KT, CEO 교체도 제도화 필요

입력 : 2026-01-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국면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T의 경우 연임 포기 이후 차기 대표 내정자가 정해진 상황에서도 권한 범위가 자세히 정리되지 않아, 경영 공백과 책임 논란이 동시에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요. 업계는 관행에 맡겨온 CEO 교체 절차를 제도화하고, 전환기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교체기 혼란 되풀이…지배구조 한계 부각
 
업계는 최근 KT를 둘러싼 혼란이 특정 CEO를 넘어 지배구조 전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입을 모읍니다. KT의 경우 정관과 내부 규정 어디에도 CEO 교체기 권한 범위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어, 연임 포기나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대표이사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 반복돼왔습니다. 이는 인사·조직개편 등 핵심 의사결정 지연, 결정 주체를 둘러싼 책임 논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CEO 교체기마다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30일 전직 KT 임원은 "대표가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시점부터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만, 이를 조율하거나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결국 개인의 판단과 이사회 내부 힘의 관계에 따라 회사가 흔들리는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실 대표이사와 이사회 간 권한 구조는 이미 상법에 의해 정해져 있습니다. 상법에서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 업무집행에 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며,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돼 이사회가 위임한 범위 내 업무를 집행하는 지위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대표이사는 회사의 법적 대표자이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최종 통제 권한은 이사회에 있습니다.
 
하지만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은 대주주가 뚜렷하지 않아 CEO에게 권한이 더 집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상법은 CEO 연임 포기,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전환기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대표이사의 권한 행사 범위와 이사회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관행이나 힘의 균형에 따라 해석되는 사례가 반복돼왔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법적 공백이 CEO 교체기마다 논란을 증폭시키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상법상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역시, 소유분산기업의 CEO 교체기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연임 포기나 사퇴 선언 이후 대표이사의 권한 범위와 후임 체제 준비 과정에서의 역할 분담을 명문화하지 않는 한, 이 같은 혼란을 구조적 차원에서 해소하기는 어려운 까닭입니다.
 
제도 보완 논의와 별개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KT 같은 경우) 형식적으로는 사외이사 중심의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이사회 구성 자체가 기존 경영진의 영향 아래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한계"라며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주주와 이사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KT 대리점. (사진=뉴시스)
 
인수위 제도 도입, 이사회 역할 재정립 고민 필요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도와 유사한 장치를 KT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정권 교체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위원회의 설치 시기와 존속 기간, 역할과 범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30일 이내라는 존속 기한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경영 전환기에 혼란을 겪는 기업 입장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KT 고위 관계자는 "관행에 맡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공공성을 지닌 KT 역시 CEO 교체 과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기에는 권한을 축소하고, 후임 체제 준비에 집중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인수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명문화와 그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전환기 인수 체계의 목적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승계로 이어지려면 기능이 강화되고 투명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사회 역할의 재정립도 함께 요구됩니다. KT 이사회는 최근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와 주요 조직개편을 추진할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전환기 상황에서는 이사회가 사실상 인사권과 경영 방향까지 쥘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 교수는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결정은 해킹 사태 확산과 정권 교체 등 외부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문제는 개인의 거취보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외이사는 CEO를 감시·견제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실제로는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인사와 경영에 개입하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며 "대표이사만 물러나는 방식으로는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일반 기업과 달리 통신 공공성과 직결된 KT와 같은 경우, 지배구조 혼란에 따른 파급력이 큰 것도 간과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KT는 전국 통신 관로와 전주 등 핵심 통신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로, 경쟁 통신사들 역시 해당 인프라를 공동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KT의 경영 혼선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안정상 교수는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으로, 지배구조 혼란이 곧바로 이용자와 통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만큼 전환기 경영 체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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